빈약한 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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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턱이 인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굴 어느 부분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인상이 갖가지인 것처럼 턱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이목구비는 나무랄데 없는데 어딘가 얼굴이 부조화를 이룬 듯한 느낌을 주는 경우는 대부분 그 원인이 턱에 있다. 이런 경우 특히 옆모습에서 그런 느낌이 더욱 확연하게 나타난다.
소위 무턱이라고 하는 것은 아래턱의 발육부진으로 위턱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아래턱이 뒤로 밀려있는 형태를 말한다. 그래서 얼굴은 어딘지 불안정되고 빈약하게 보이게된다. 또 턱이 빈약한 사람은 관상학적으로 안 좋다는 속설 때문에 혼기의 젊은 여성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무턱에서 치아의 교합(맞물림)은 정상인데 아래턱이 작은 경우도 있고 치아의 교합자체도 안 맞는 경우, 즉 아래치아가 뒤쪽으로 밀려 윗치아와 맞물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치료의 목적은 얼굴전체의 조화를 이뤄 정면에서나 측면에서나 균형 잡힌 윤곽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수술방법은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물론 형태에 따라 여러 벙법을 동시에 실시해야 되는 때도 많다. 치아의 맞물림(교합)이 정상이면서 턱뼈의 크기는 괜찮은데 뒤로 밀려있을 때 턱뼈의 아랫부분을 잘라 앞으로 이동시켜 치아의 교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턱뼈만 앞으로 나오게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 수술은 비교적 간단하면서 후유증도 거의 없으며 수술 후에는 균형 잡힌 얼굴로 될 수 있다. 때로는 아래턱의 앞부분에 깎은 실라스틱을 넣어 빈약한 턱을 보완해주는 간단한 방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시일이 지나면 실라스틱에 눌려 턱뼈나 치아의 뿌리가 상한다든지 실라스틱 자체가 이동해 이상한 모양이 되는 등 부작용 또한 많아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런 이물질사용을 기피하고 있다.
턱뼈가 작으면서 뒤로 밀린 경우에는 턱뼈를 앞으로 옮기고 또 그 크기를 정상적으로 만들어야 하므로 뼈 이식이 필요하게 된다. 이때 뼈 이식은 자기 뼈로 할 수도 있고 인공뼈를 쓸 수도 있다. 치아교합도 정상이 아니고 턱이 빈약해 옆모습이 마치 붕어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입을 정상적으로 벌릴 수 없게 턱관절의 손상을 동반한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아래턱 전체를 옮기고 필요하면 턱관절도 재건해야 한다.
이렇게 턱뼈 전체를 옮기고 턱관절을 새로 재건해야될 경우는 수술이 크고 수술 후 뼈가 나올 때까지 고정해야 된다. 기간은 약6주가 필요하다.
또 한 종류는 부진한 발육의 아래턱에 비해 위턱이 정상이상 발달한 것으로 이때는 앞으로 이동시키고 위턱의 앞니 부위를 뒤쪽으로 동시에 이동시켜야 한다. 이때는 고정기간이 필요 없고 지나치게 튀어나온 윗입술도 제자리를 찾게돼 코도 상대적으로 살아나는 인상을 주어 얼굴의 균형이 바로 잡힌다.
이렇게 무턱이라고 해도 그 종류에 따라 수술법이 다를 뿐 아니라 좋은 결과는 정확한 진단과 고도의 경험 및 기술에 달려 있으므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백세민<서울 백병원 성형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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