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계 모처럼 샛별…손지연의 첫 앨범 '실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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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집 앞을 맴돌다 사랑에 만취돼 우는 난 주정뱅이/하늘을 흐르는 구름처럼 흐르고 흘러도 너에게로…" ('실화')

기타줄을 튕기며 담담한 목소리로 이 노래를 혼자 처음으로 읊조렸을 여자를 떠올리면 묘하게 소름이 돋는다. 어떻게 하다가 제목이 '실화'인 노래가 되었는지 몰라도 이 곡을 가로지르는 첼로 선율만큼이나 그녀의 노래엔 시리도록 서늘한 감성이 배어 있다.

최근 '실화-My Life's Story'라는 제목의 첫 앨범을 낸 손지연(30.사진) 얘기다.

왕년의 포크 가수는 있어도 포크계에 새롭게 발을 들여놓는 신예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손지연은 요즘 보기 드문 가수다. 전곡을 직접 작사.작곡하는 것은 물론 통기타 연주도 직접 한다. 오랜만에 듣는 시적인 가사, 통기타와 첼로 선율로 소리를 최대한 절제한 연주도 귀를 사로잡는다.

'대답해줘 겨울 가고 눈 녹기 전에'('기다림')이나 '어차피 영원하진 않을 텐데 내가 널 미워하는 것도'('실화')처럼 여운을 주는 마무리도 다른 가수의 노래에서는 찾기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손지연의 이번 앨범은 '포크계의 대부'라 할 양병집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양씨는 "포크라는 장르를 떠나 손지연은 문학적 감성과 음악적 역량을 함께 갖춘 재주꾼"이라며 "그녀가 만들어낸 절묘한 선율은 들을수록 귀에 감기는 매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 가요에 귀가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그녀의 노래와 친해지는 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는지 모른다. 번잡한 도시를 떠나 맑은 공기를 마시며 탄성을 지를 수 있는 소도시에 닿기 위해 필요한 시간만큼…. 요즘 이런 노력이 필요한 노래를 부르는 손지연은 당돌하다. 우리에게는 당돌한 가수도, 또 이런 음악에 귀기울여줄 사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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