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기름 1조 팔아 1000억원씩 순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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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거의 1조원어치를 팔고 매일 1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올리는 회사가 등장했다. 세계 최대 정유업체인 미국의 엑손 모빌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3776억 달러의 매출에 395억 달러의 순익을 기록했다고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역사상 최대 순익이며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은 2005년 자신들이 세운 순이익 361억 달러였다.

엑손 모빌의 하루 매출은 약 9700억원, 1분에 6억7400만원어치를 판 셈이다. 순익으로 따지면 하루에 1015억원을 벌어들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지난해 순익 7조9300억원)보다 5배가량 돈을 더 번 것이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의 지난해 순익은 1조4218억원이었다.

엑손 모빌이 기록적인 실적을 올린 것은 지난해 내내 이어진 기록적인 고유가 때문이다. 유가는 지난해 7월 배럴당 77달러(서부텍사스 중질유 선물가격 기준)를 넘어섰으며, 현재 57.3달러 선이다. 이 회사는 매출액 기준으로 2005년 처음으로 월마트를 제쳤으며 유가가 폭락하는 이변이 없는 한 올해도 1위를 지킬 것이 확실시된다.

고유가 덕분에 유럽 최대 정유업체인 로열 더치 셸도 영국 상장기업 사상 최대의 순익을 올렸다. 이 회사는 지난해 생산량이 1%가량 줄었지만 순익은 전년 대비 21% 늘어난 254억 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 업체들이 2년 연속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두면서 이들 회사의 이익에 더 많은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는 2005년부터 민주당을 중심으로 에너지 업체들의 초과이익에 대해 세금을 강화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유업체들은 이에 대해 유가를 전망하기 어려운 데다 에너지 사업 특성상 위험 요인을 감안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엑손 모빌도 기록적인 순이익에 대한 외부의 따가운 눈초리를 의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날 실적 발표와 함께 지난해 3776억 달러의 매출액 중 199억 달러를 유전 탐사 및 개발에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279억 달러를 법인세로 납부했고, 326억 달러를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으로 주주들에게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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