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3의 여름방학 적절한 휴식으로 피로 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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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전국의 중·고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그러나 고3 수험생에게는 이때가 오히려 고통스럽다. 학력고사는 다가오는 때 기말고사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다. 게다가 날씨마저 무더워 책상에 앉으면 짜증부터 난다. 대학에 꼭 합격해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스트레스가 쌓여 쉬 피로해지고 밥맛도 떨어진다. 자칫 자포자기하거나 방황의 길로 접어들기 쉽다. 자녀들과 함께「고3병」을 앓게 마련인 부모들도 염려스럽고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여름을 이기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지혜를 알아본다.
◇분위기 전환=똑같은 환경이 오래 지속되면 누구나 지루함을 느끼게 마련이다.
또한 주위환경이 산만하거나 어지러우면 집중이 잘 안돼 학습효과도 떨어진다.
더욱이 여름철엔 더위로 인한 짜증까지 겹쳐 정신집중이 힘들게 되는데 이때는 공부방의 환경을 바꾸어주는 것이 좋다.
책상의 위치를 바꾸고 책상보나 커튼을 산뜻하게 바꿔주면 기분이 한결 밝아져 새로운 의욕이 생길 수 있다.
책상의 배치는 벽을 향해 앉는 것보다 벽의 반대 방향으로 앉는 것이 안정감을 준다.
조명은 너무 밝으면 산만해지기 쉬우며, 너무 어두우면 피로감을 주므로 1백∼3백 룩스가 적당하다.
방안의 습도는 60∼80%를 유지시키고 온도는 18∼25도가 좋다.
선풍기보다는 돗자리 방석을 이용하거나 찬물에 발을 담그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생활지도=『공부는 엉덩이로 한다』고 입시 지도자는 말한다.
끈기가 학습의 성취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7월이 되면 수험생들은『현재의 내 실력으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까』또는『대학에 꼭 가야만 되는가』하는 등 회의하며 자칫 자포자기하기 쉽다.
이때는「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도록 따뜻하고 세심한 대화가 필요하다.
부모 자신의 경험이라든지 성공·실패사례를 들려주면서「왜 공부를 한다」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도록 해야한다.
또한 주위에는 방황과 탈선의 유혹과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권태를 느끼는 수험생은 곧잘 이 같은 유혹에 흔들리기 쉽다.
이럴 땐 가족동반 캠핑이나 스포츠를 통해 휴식과 건강을 유지하게끔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답답할 때 잠시나마 모든 것을 잊고 자연 속에서 심호흡을 하거나 운동장에서 맘껏 소리를 지르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와 함께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긴장과 초조감속에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는 부모의 태도도 매우 중요하다.
이화여대 김문주 강사(교육심리)는『대부분의 학생들이 시험에 대한 불안증을 가지고 있는데 이 같은 시험불안증은 부모와의 관계 및 부모태도와 관계가 깊다』고 말했다.
김씨가 최근 중·고생 5백 명을 상대로「부모 태도에 따른 학생들의 평균불안도」를 측정한 결과 성취 지향적인 부모의 자녀가 수용적인 부모의 자녀보다 시험불안이 훨씬 높았다.
성취 지향적인 부모는 ▲원대한 꿈과 포부를 갖도록 격려하거나 ▲좋은 학교 입학을 강조하고 ▲자신이 못한 것을 이루기를 기대하며 ▲다른 아이를 들먹이며 비교하는 형으로 이들 자녀는『성적이 나쁘면 식구들에게 창피하다』『꾸중들을까 걱정된다』『부모님 기대를 깨뜨릴까봐 불안하다』는 등 반응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반면 수용적인 부모는 ▲자식의 능력을 그대로 인정해 받아들이고 ▲자주 대화를 나누고 친밀함을 돋우며 ▲일의 결과보다 노력해온 과정을 중시하는 형으로 이들 자녀들은 차분하게 공부할 수 있어 한 걸음씩 성취해 나간다는 것이다.
연세대 민성길 교수(신경정신과)는『부모를 비롯한 주위의 불안은 그대로 수험생에게 전파돼 수험생을 더욱 위축시킨다』며『어차피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 자신은 눈앞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만 하면 된다』는 자기희망이 필요하다고 했다.
◇건강관리=여름은 가장 지치기 쉬운 계절이므로 영양섭취를 충분히 하고 과격한 운동은 삼가도록 해야 한다.
또 피곤하다고 잠을 많이 자게되면 오히려 생체리듬을 깨뜨리므로 규칙적으로 잠을 자도록 해야한다.
수험생들은 특히 책상에 장시간 앉아 있고 계속 책을 보는데 따라 각종 질병이 나타나는 수가 있다.
시력이 감퇴되거나 허리에 통증을 느끼고 소화불량증세를 일으키게 되는데 이는 앉아서 공부하는 자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야병원 이상료 원장(60)은『장시간 책상에 구부리고 앉아있거나 푹신한 소파에 기대어 공부하다 보면 요추의 정상적인 휜 모양이 틀어지게돼 체중의 중심이 빠져 허리근육에 부담을 준다』며『체격에 맞는 책걸상을 마련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또 방바닥에 엎드리기도 하고 앉은뱅이 탁자에서 책을 보는 경우에는 장기에 압박을 가하게 돼 혈액순환을 저해, 소화기·순환기질환을 유발하게 되고 뇌 세포에 영양공급마저 막아 두뇌활동을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의자는 가급적 딱딱하고 높이도 무릎이 엉덩이보다 약간 높은 상태를 유지해야하며 책상의 높이는 팔을 얹었을 때 허리가 굽혀지지 않는 것이 적당하다』고 조언한다.
이와 함께 휴식시간에는 가벼운 맨손체조나 눈의 피로를 덜기 위한 눈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한편 방학중에도 수험생들은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받거나 도서관에 가게 마련인데 상당수의 학생이 아침식사를 거르는 등 불규칙한 식생활로 건강을 해치고 있다.
서울대 모수미 교수(식품영양학)가 지난해「고3 수험생의식상태」조사 결과 4명중 1명 꼴이 식욕이 없거나 시간에 늦을까봐 아침을 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 교수는『수험생에겐 균형 있는 영양섭취 못지 않게 규칙적인 식생활이 필수적이며 저녁간식도 빵·과자류 보다는 과일류가 좋다』고 말했다. <박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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