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건설|가는 곳마다 몸살 "설 땅이 없다"|울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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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왜 하필이면 우리 지역이냐.』
원전입지 대상지로 확정된 경북 울진, 강원도 고성·삼척 주민들은 시가지 곳곳에「원전반대」플래카드를 내걸고「건설반대 추진위」를 구성, 시위·진정 등 조직적인 반대운동에 나섰다.
정부는 전력의 안정공급을 위해 어느 지역엔 가는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정부와 해당지역 주민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울진 원전1, 2호기가 가동된 86년 이후 바다수온보다 섭씨5도나 높은 냉각수가 초당 1백20t씩 울진 앞 바다로 유입되는 바람에 인근 어장의 수온이 높아져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데 또 원전이 들어선다니 우리 고장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 아닙니까.』
오는 92년부터 울진군에 원전3, 4호기가 건설될 것이란 소식에 주민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한 채 일손을 놓고 사회단체와 마을별로「원자력 발전소 건립 반대 추진위원회」를 구성, 맹렬한 저지운동을 펴고 있다.
경북 동해안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입지로 이미 세부조사를 완료한 지역은 울진군 평해읍 직산리와 근남면 산포리 등 2곳.
정부의 새로운 원전건설 입지확정소식이 매스컴에 보도된 지난달 6일 이후 울진JC와 후포JC 등 사회단체에서 그 동안 여덟 차례나 모임을 갖고 원전건립 반대를 위한 취지문과 운동전개방향을 담은 협조공문을 1백여 기관·단체 등에 발송, 동참을 호소하면서 본격적인 반대운동이 가열되기 시작했던 것.
같은 달 29일 근남면 주민들이「원전건립 반대 추진위」발대식을 갖고 관광자원보호 및 농어민생존권 대책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16일엔 후포읍 주민들이「원전설치 결사반대 추진위」를 구성, 인근 4개 읍·면을 중심으로 반대운동을 가열시키고 있다.
또 18일에는 울진군JC가「원전건립 반대추진위」를 구성, 시가지 40여개소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인근 영덕·청송·영양군에 이르기까지 10만 명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원전건설 반대운동은 울진군뿐만 아니라 동해안 전지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기존 원전지역인 울진은 현재 ], 2호기가 가동 중인데다 오는 98년부터 가동을 목표로 3, 4호기를 건설할 경우 모두 4기로 늘어나 영덕∼울진에 이르는 청정해역 8㎞연안이 직·간접피해를 보게된다.
주민들은『원전1, 2호기 가동이후 고온의 냉각수 유입으로 연안어장의 피해액이 그 동안 10억원에 이르는 데다 지난해 10월에는 울진 원전 인근 북면 사계리에서 기형 송아지가 세 마리나 잇따라 출산되는 등 이미 원전피해가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며 당국의 원전입지 선정에 분노하고 있다.
주민들은 또『경남 양산군 장안읍 고리에 원전이 들어서면서 70년대까지만 해도 유명한 피서지이던 월내 백사장 1.5㎞가 못쓰게 되고 조류소통이 안돼 양식어장이 폐쇄되는 등 자연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돼 2천3백여 가구 주민들이 연중행사처럼 피해진정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20여개소의 해수욕장과 피서지·온천장 등 풍부한 관광자원을 갖고 있는 울진에도 황폐화 현상이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고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인근 영덕에 삼사해상공원이 개발되고 있는 시점에서 원전건설은 청정해역의 자연생태계 파괴는 물론 천혜의 관광자원이 사장되고 지역개발이 침체되는 등 전체 주민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울진=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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