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 발걸음 바쁜 중동순방/미 평화구상 요르단등도 참여 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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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스라엘선 유대인촌 건설 계속주장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의 중동순방외교에 다소 활기가 붙고 있다. 그가 추진해오고 있는 중동평화회담 구상에 대해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시리아에 이어 레바논·아랍에미리트,그리고 요르단이 최근 잇따라 참여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회담성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스라엘이 점령지구안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중지를 계속 거부함으로써 21일 베이커장관의 이스라엘방문 성과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그가 갑자기 중동을 순방하게된 까닭은 평화회담과 관련,이스라엘과 첨예하게 대립했던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미국 중재안수락을 시사,교착상태에 있던 평화회담이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동평화회담의 소집이 여의치 않았던 이유는 이회의 성격을 놓고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팽팽히 맞서왔기 때문이었다.
시리아는 평화회담에 유엔이 적극적으로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이스라엘은 유엔내의 반 이스라엘 분위기를 우려해 유엔의 개입을 반대해 왔다.
또 평화회담 성격을 놓고도 이스라엘은 단1회 상징적인 차원에서 전체회의를 열되 이후에는 이스라엘과 개별 아랍국가간 양자회의로 진행하는 방식을 원하고 있으나 시리아는 이스라엘의 지연작전을 우려해 개별회담에 진척이 없을 때는 전체회의를 재소집한다는 보장을 요구했었다.
이러한 양쪽의 견해차이 때문에 회의소집이 어려워지자 미국은 유엔을 업저버자격으로만 참석시키고 전체회의는 참가국가들의 동의로 6개월후에 재소집한다는 중재안을 내놓고 개별적인 설득을 벌여왔다.
이러한 시리아가 시리아주재 미국대사를 통해 전달한 친서에서 미국의 중재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표시를 해온 것이다.
부시 대통령도 시리아의 이러한 변화에 대해 『매우 바람직한 반응이며 중동평화에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반응은 계속 부정적이다.
이스라엘은 아직도 미국의 중재안을 거부하고 있으며 시리아의 변화가 선진7개국(G7) 정상회담을 의식한 전술적인 계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이때문에 베이커의 이번 방문때 미국과 이스라엘이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미국의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국제적 상황을 강조하는 분석도 있다.
즉 샤미르 이스라엘총리는 이스라엘이 중동평화회담을 거부한다는 국제적 비난을 무시할 수 없으며 소련계 유대인을 받아들임으로써 이들의 정착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미국에 기댈 수 밖에 없어 미국말을 듣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에 현재 1백억달러의 지불보증을 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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