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최근 한나라당에 '수성(守城)만 하면 이긴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그런 자세로 가다가 1997년, 2002년 대선에서 모두 진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손 전 지사는 서울 서대문구의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열린우리당 사람은 안 받겠다는 얘기도 그런 건데 이런 자세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와 일문일답. (※부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 주)
-한나라당이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영입해야 한다고 했다. 제3세력을 만들려는가.
"신산업 창조의 전문가인 진대제와 서울대 개혁의 문을 연 정운찬, 그리고 통합의 정치를 해온 손학규가 한나라당에서 창조.개혁.통합의 시대정신을 구현하면 좋겠다는 뜻이다."
(※진 전 장관과 정 전 총장은 범여권의 후보감으로 거론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 한나라당 탈당→통합신당행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한나라당에서 충분히 승부를 걸 수 있다."
-한나라당의 틀 안에서 하겠단 얘긴가.
"틀을 정해 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현 상태로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것은 국민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당을 바꾸겠다는 소리다."
(※손 전 지사는 이날 별도로 낸 보도자료에서 '한나라당 운영의 목표를 정권 쟁취에 두겠다'는 것과 자신의 입장은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입장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확히 해달라. 당을 떠날 계획이 있나.
"나는 한나라당의 지분을 가진 정통파다. 누가 나만큼 한나라당을 지켜왔나. 나만큼 한나라당을 욕되게 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절친한 소설가 황석영씨가 최근 여당과 한나라당이 모두 깨지는 정계개편을 언급했는데.
"개인적으로 (황씨와)가깝고 문학가로서 업적도 높게 평가하지만 정치에 대해 대화하진 않는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데.
"벽도 밀면 문이 된다. 다만 당에서 개혁을 외치던 이들이 대세론에 빨려들어가고 있는 건 안타깝다. 유력 주자들이 초선이나 어려움에 빠진 의원들에게 융단폭격을 퍼부어 줄을 세우고 있다."(※손 전 지사는 지난해 12월 29일 "당 지도부가 줄을 세운다"며 이 전 시장 측인 이재오 최고위원을 공격했었다.)
◆동조하는 이명박=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이날 "철새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돌아다니는 것이 좋은 현상이 아니지만 새로운 사람과 정치에 대해선 문을 열어 놓아야 한다"고 손 전 지사의 견해에 동조했다. 그는 "새로운 인재에게는 항상 문이 열려 있고, 이것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