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똘똘 뭉치자? 이대론 한나라 또 필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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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30일 "요즘 한나라당 주류에서는 '우리끼리 똘똘 뭉치자'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2007년 대선에서도 필패(必敗)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한나라당에 '수성(守城)만 하면 이긴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그런 자세로 가다가 1997년, 2002년 대선에서 모두 진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손 전 지사는 서울 서대문구의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열린우리당 사람은 안 받겠다는 얘기도 그런 건데 이런 자세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와 일문일답. (※부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 주)

-한나라당이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영입해야 한다고 했다. 제3세력을 만들려는가.

"신산업 창조의 전문가인 진대제와 서울대 개혁의 문을 연 정운찬, 그리고 통합의 정치를 해온 손학규가 한나라당에서 창조.개혁.통합의 시대정신을 구현하면 좋겠다는 뜻이다."

(※진 전 장관과 정 전 총장은 범여권의 후보감으로 거론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 한나라당 탈당→통합신당행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한나라당에서 충분히 승부를 걸 수 있다."

-한나라당의 틀 안에서 하겠단 얘긴가.

"틀을 정해 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현 상태로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것은 국민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당을 바꾸겠다는 소리다."

(※손 전 지사는 이날 별도로 낸 보도자료에서 '한나라당 운영의 목표를 정권 쟁취에 두겠다'는 것과 자신의 입장은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입장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확히 해달라. 당을 떠날 계획이 있나.

"나는 한나라당의 지분을 가진 정통파다. 누가 나만큼 한나라당을 지켜왔나. 나만큼 한나라당을 욕되게 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절친한 소설가 황석영씨가 최근 여당과 한나라당이 모두 깨지는 정계개편을 언급했는데.

"개인적으로 (황씨와)가깝고 문학가로서 업적도 높게 평가하지만 정치에 대해 대화하진 않는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데.

"벽도 밀면 문이 된다. 다만 당에서 개혁을 외치던 이들이 대세론에 빨려들어가고 있는 건 안타깝다. 유력 주자들이 초선이나 어려움에 빠진 의원들에게 융단폭격을 퍼부어 줄을 세우고 있다."(※손 전 지사는 지난해 12월 29일 "당 지도부가 줄을 세운다"며 이 전 시장 측인 이재오 최고위원을 공격했었다.)

◆동조하는 이명박=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이날 "철새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돌아다니는 것이 좋은 현상이 아니지만 새로운 사람과 정치에 대해선 문을 열어 놓아야 한다"고 손 전 지사의 견해에 동조했다. 그는 "새로운 인재에게는 항상 문이 열려 있고, 이것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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