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덤핑판정에 이의제기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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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서 「공정성」 트집… 가트 제소 노린 포석/정부도 배수진… 조정기간 1∼2년 마찰심화 불가피
미국이 폴리아세탈수지에 대한 한국정부의 덤핑 판정에 대해 「협의요청」을 해온 것은 「강자의 논리」를 밑바탕에 깔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이 짙다.
한마디로 선진국인 미국의 무역위원회(USITC)가 결정하는 일은 옳고 개발도상국인 다른나라가 하는 일은 못믿겠다는 식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상품이 미국으로부터 63건의 제소를 받고 현재 9건이나 규제중인데 우리정부가 미국측에 한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데서도 이같은 사정이 잘 나타난다.
그런데도 미국은 한국이 87년 무역위원회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내린 덤핑판정에 대해 공정성 여부를 들고나왔다.
미국의 협의요청은 GATT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GATT는 자유무역을 원칙으로 하되 불공정 무역이 발생할 경우 반덤핑제도 등으로 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이의가 있을 경우 GATT에 제소할 수 있도록 돼있다.
이때의 제소는 법적으로 소송한다는 뜻이 아닌 협의(consultation)를 말한다. GATT에 제소하려면 사전에 양국간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미국 USTR의 협의요청은 이같은 GATT의 제소절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덤핑방지 관세율은 당초의 덤핑마진율(듀폰의 경우 58.2∼92.2%)보다 낮게 해주되 덤핑판정의 공정성 여부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결국 GATT 반덤핑 위원회에서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이 이번 문제를 GATT에 가져간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덤핑판정이 뒤집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GATT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고려할때 한국이 미국의 압력을 버텨내기 어렵다는 점이며 1∼2년이 걸리는 이해조정 과정에서 한미간 통상마찰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로서도 듀폰사 등의 폴리아세탈 수지에 대한 덤핑판정이 무역위원회 출범 이후 첫 사례인데다 그동안 미국정부가 우리나라의 반덤핑제도에 대해 여러차례 불만을 제기해 왔다는 점에서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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