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 '소문없는 복병' 셰허의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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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8강전
[제1보 (1~25)]
白.李昌鎬 9단 黑.謝 赫 5단

셰허(謝赫)5단. 칭다오(靑島)출신으로 나이 19세. 중국 전국 개인전에서 우승한 소문 안난 강자로 국가 시드를 받은 두명 중 한명이다. 중국 랭킹1위 구리(古力)7단이 예선전의 제물이 된 것을 생각하면 이 젊은이는 상당한 우대를 받은 셈이다.

바둑대회의 단골손님인 중국동포 기자 이철용씨에게 사혁(謝赫)을 어떻게 읽는 것이 정확하냐 물었더니 謝는 흔히 감사하다고 할 때의 '셰셰'를 연상시키면 된다고 한다. 다만 시옷이 겹쳐지는 강한 발음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한다. 글자로 표기할 경우 근사치는 역시 셰허인 셈이다.

셰허는 첫판인 32강전에서 아직은 무명기사인 한국의 이재웅2단을 만나 고전 끝에 반집승을 거뒀다. 그래서 사람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것인데 16강전에서 최철한5단을 불계로 꺾자 보는 눈이 달라졌다. 최철한은 국내에서 다승.승률 1위를 달리는 기사이고 올해 조훈현9단을 세번이나 잇따라 꺾는 등 상승세의 강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8강전의 상대는 다름아닌 이창호9단. 그래서 처음에 이 판은 거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10월 15일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 셰허는 미리 착석한 채 묵념을 하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이창호9단은 습관대로 대국 개시 시간(9시30분)이 다 되어 정확하게 대국장에 나타났다. 흑11로 연속 걸쳤을 때가 기로다.

백12로 '참고도'처럼 협공하면 무난해 보이지만 그때 흑2로 뛰어들어 7까지 되면 백1의 위치가 어정쩡해진다. 그래서 12로 받고 19까지 쌍방 만족스러운 정석이 이뤄졌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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