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성난 이상민, 도움 1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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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전자랜드와의 경기에 출전한 프로농구 KCC의 가드 이상민(사진)은 성이라도 난 듯했다. 내 손으로 끝장을 내겠다는 듯 결연한 투지로 전주 홈코트를 완전히 손아귀에 넣었다. 그리고 9득점.9리바운드.13어시스트라는 멋진 데이터를 작성해 냈다. 트리플 더블에서 득점.리바운드 하나씩 모자랐다.

전문가들은 "저것이 바로 이상민의 농구"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멋진 농구가 왜 2라운드에 들어와서야 나온 것일까. 이상민은 "아직도 몸이 완전치 않다"고 말한다. 아시아선수권과 통일농구 등 굵직한 대회와 행사에 불려다니느라 잔 부상이 겹쳤다. 누적된 피로 때문에 회복이 늦어졌다.

사실은 더 쉬면서 몸을 추스려야 하지만 마냥 쉬고만 있지 못할 사정이 생겼다. 최고의 포인트 가드 자리를 노리는 후배들과의 싸움이 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리온스의 김승현은 1라운드까지 어시스트 랭킹 1위를 지킨 데다 지난 12일 이상민과의 맞대결에서 29득점.1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17득점.10어시스트의 이상민에게 판정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상민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지난 주말의 대분전으로 이상민은 어시스트 랭킹 1위 자리를 되찾았다. 19일 현재 경기당 8.3개. 김승현은 19일 삼성전에서 12개의 어시스트를 꽂아 경기당 8.0개로 이상민을 바짝 추격했고, 지난 시즌 어시스트 랭킹 1위 SK의 황성인도 6.58개로 추격 가능거리에 있다. 자고 나면 1위가 바뀔 수도 있는 대혼전이다. 이상민은 늘 "팀의 승리가 목표"라지만 내심은 분명 기록에 집착하고 있다. 어시스트는 포인트 가드의 능력을 측정하는 중요한 수치 가운데 하나고, 여기서 후배들에게 밀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후배 가드, 특히 김승현과의 경쟁은 이제부터가 진짜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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