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주거환경은 계획뿐/기반시설 소홀(신도시 이것이 문제다: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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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책 우왕좌왕… 불보듯 뻔한 교통지옥/자금난에 학교·상가 신축계획도 차질
지난 광역의회 선거기간중 경기도 원당지역에서는 일산신도시와 서울을 잇는 전철노선을 놓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일부 입후보자들이 이 전철이 원당을 경유토록 노선을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관련전단을 대량으로 배포했다.
선거직전인 지난 18일 건설부·철도청·경기도 및 토지개발공사 등 관계기관회의가 열렸으나 기관간의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돈줄을 쥐고있는 건설부와 토개공은 노선을 바꾸자면 약7백억원의 추가비용이 들고 공기 또한 1년 가량 더 걸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는 후문이다.
89년 4월 신도시 건설계획이 치솟는 집값안정을 위해 급작스럽게 발표된 점을 십분 감안한다해도 착공한지 6개월이나 된 전철노선을 갖고 이제와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신도시 건설계획이 사전에 충분한 타당성 검토를 거치지 않은 것임을 엿보게 한다.
30만가구 1백20만명이나 되는 인구를 수용해야 하는 신도시 건설계획은 발표후에도 여러차례 바뀌었다. 특히 교통·학교·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그랬다.
도시계획의 기본인 기반시설 계획을 기존 시가지를 개편하는 것도 아닌,벌판에 문자 그대로 신도시를 건설한다면서 「적당히」 만들었다가 이리 고치고 저리로 방향을 바꿔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만든 계획이 충분하지 못해 더욱 큰 일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교통이다.
정부는 5개 신도시주변에 모두 38개의 도로를 새로 뚫거나 기존도로를 확장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그 완공시기는 주민들의 입주가 절반이상 끝나는 93∼94년 이후로 잡혀있다.
서울과 성남∼분당으로 이어지는 송파대로,경부고속도로,평촌·산본으로 이어지는 남태령길 등은 지금도 차량의 홍수를 이루고 있다.
부천·중동쪽은 더욱 사정이 나빠 아파트분양신청 경쟁률이 다른 신도시에 비해 낮을 정도다.
따라서 초기 입주자들이 겪게될 교통지옥은 불을 보듯 뻔하다.
관계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5개 신도시 입주인원의 절반이상이 서울로 출퇴근을 해야한다. 그러나 이들 신도시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이른바 서울진입지역 주변의 도로확충계획은 안돼 있다.
따라서 지금도 심각한 시계지점의 교통체증은 극에 달하리란 전망이다.
신도시∼서울을 잇는 전철망은 4개노선 32.2㎞가 계획돼 있는데,현재 공정은 고작 5∼35%로 이 또한 93년에 가서야 개통되도록 잡혀있다.
이같은 도로·전철망은 기본적으로 신도시택지개발 주체인 토지개발공사가 택지를 개발해 팔아남긴 이익금으로 건설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이같은 토개공의 이익금에는 한계가 있어 재정의 추가지원이 있어야 도로망이 추가로 확충될 수 있다.
게다가 자재·인력난 등과 보상비의 상승 등으로 이미 계획된 교통망도 당초 계획된 기한내에 공사가 마쳐질지 불투명한 실정이다.
정부는 5개 신도시에 1백83개의 학교를 세울 계획이다.
오는 9월 시범단지 2천여가구가 입주하는 분당의 경우 올해안에 초·중·고교가 각각 1∼2곳씩 개교,학교에 다닐수 있게는 돼있다. 그러나 문제는 질이다.
학교신설을 맡고있는 경기도 교육청은 예산부족으로 제대로 시설을 갖춘 학교를 짓기 어렵다며 정부의 특별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정부는 사립학교를 유치하려다 여의치 않자 지난 3월 시범단지내 중·고교를 모두 공립으로 운영키로 하고 지난 2월 발주,3월 기공식을 가졌다.
9월에 문을 열어야될 학교를 고작 6개월을 남겨둔 상황에서 착공한 것이다.
신도시계획 발표 초기만해도 서울 강남 8학군에 맞먹는 명문학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으나 지금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또 아파트는 이미 40%가 분양됐는데,상가는 아직 거의 대부분 부지만 겨우 잡아놓은 단계다.
따라서 초기 입주자들은 소규모 분산상가에서 기본적인 생필품을 사는데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양재찬·민병관·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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