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조건(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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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상이 달라져 가고 있는 것은 정치의 세계만이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가운데 자연의 세계에서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평균기온이 높아지는가 하면,때없이 집중호우가 쏟아진다. 바로 우리나라의 얘기다.
이같은 사실은 요즘 기상청이 발표한 기후표의 자료분석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 30년동안 서울과 울산의 평균기온은 섭씨 0.7도 높아졌고,서울의 정월 평균기온은 1.5도(섭씨)나 올랐다. 포근한 겨울이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최근 남태평양지역 환경계획회의는 적도 가까운 태평양상에 위치한 마셜제도 가운데 32개의 산호섬이 향후 50년안에 물속에 잠기고 만다는 주장을 했었다.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빙하가 녹아 바다의 수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은 한반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립수산진흥원의 한상복 박사는 우리나라 연안 바닷물 온도가 86년 이후 연평균 0.5도씩 오르고 있다는 논문을 발표한 일이 있었다. 연안수위도 86년이후 연평균 7㎜씩 올랐으며,오는 2001년까지 무려 1m가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해안생태에 일대 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환경학자들은 지구의 평균기온이 섭씨 2도만 올라도 식물의 성장한계선이 극쪽으로 2백내지 3백㎞,수직상공쪽으론 6백m만큼 자리를 바꾸게될 것이라고 한다.
지금 전세계인구의 3분의 1이 바닷가에서 60㎞이내 지역에 살고 있다. 바다의 수위가 높아지면 이들은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한다. 지구생태계가 온통 뒤집히는 셈이다. 이런 얘기들은 한낱 공상소설같지만 어느새 우리의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지구의 온실효과는 어느 한나라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미 선진국에선 걱정을 넘어 과학적인 규명과 정치적인 노력이 시작되었다. 이산화탄소,오존,프레온가스 등을 줄이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강구되고 있으며 국가간의 협력도 모색중이다.
우리는 아직 산업사회로 가는 도정에 있지만 우리의 삶의 환경이 망가진 다음엔 선진산업사회가 된들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도 이제는 생존의 조건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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