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한마음된 「책거리」잔치(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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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훈장·학동 하나되어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19일 오후 5시 동국대학교 만해광장.
총학생회 주최로 교수·학생들이 한데 어울려 서당의 「책거리」전통을 되살리는 1학기 마무리 「종강사은 떡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민병천 총장(59)을 비롯한 30여명의 교수들과 3백여명의 학생들이 모인 이 자리에는 막걸리 60여통·떡 4말이 푸짐하게 차려져 한층 분위기를 돋우었다.
책거리란 서당에서 책을 한권 떼고 난 학동이 이를 기념하여 훈장과 동료에게 떡을 한턱내면서 배움의 의미를 되새기던 풍습.
『날로 삭막해져가는 교수·학생들이 보다 친숙해지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정우식 총학생회장(22·철학 4)은 행사의 의미를 설명한 뒤 『지난 한학기동안 우리를 위해 땀과 눈물을 흘리신 교수님들께 감사드린다』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박수로 화답하는 교수들에게 학생들은 「스승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붉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드렸고 백발이 성성한 노교수들은 감회가 새로운듯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다.
답사에 나선 민총장은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면학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노력해준 학생들에게 감사한다』며 『오늘과 같은 사제간의 화기로운 분위기가 계속 유지되기를 바란다』며 마냥 흐뭇한 표정이었다.
『교수님 올해내내 별탈없이 건강히 지내세요.』
학생들은 미리 준비한 쌀막걸리를 스승들에게 한잔씩 따라 올렸고 한 학생이 『쌀막걸리는 중년기 이후 성인병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고 말하자 폭소가 터져나오는등 시종일관 정겨운 정경이 계속됐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교수와 학생들은 모처럼만에 생긴 기회가 못내 아쉬운듯 잔디밭에 단과대별로 모여 앉아 그동안 못다했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교수에 대한 존경과 학생에 대한 사랑만이 불신의 늪에 빠진 우리의 대학을 살릴 수 있습니다.』
상큼하고 신선했던 대학가의 한 풍경을 지켜보며,어느 교수가 던진 이 한마디가 내내 잊혀지지 않았다.<홍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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