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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성 보험'늘려야 할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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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보험의 본질적 사명은 '불의의 사고에 대비한 재정 보장'에 있다. 생명보험에선 가장의 유고 등 예기치 못한 사고로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을 사전에 준비하는 사망보장상품과 노후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연금 등 두 상품이 양대 축이다. 국민은 보험사를 통해 재정적인 안정자산을 확보하는 동시에 고령화시대에 대비한 노후생활 자금으로 연금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생명보험 가입자의 구매 형태를 보면 연금저축성 상품이 전체의 71%를 차지하고 사망 보험은 11%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충격을 준다. 더욱이 연금 저축 상품의 상당수가 변액연금 등 투자형 상품으로 구성돼 있다. 보험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우려스럽다.

투자형 상품은 기본적으로 펀드와 같은 순수 투자 상품이 아니라 보험 상품에 투자 기능을 부가한 것이다. 자칫 단기 투자를 목적으로 할 경우 많은 손해를 볼 수 있다. 이로 인한 금전적 손실은 고스란히 고객과 보험사의 몫이다. 신중하게 구매를 결정하지 못한 고객에게 1차적 책임이 있겠지만 수익이 많다며 유도한 보험설계사, 무리한 실적 경쟁으로 불완전 판매를 조장한 보험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4~9월 변액보험 해약 건수가 8만8000여 건이었다. 이는 2005년 같은 기간 해약 건수 2만5000여 건에 비해 3.5배나 되는 규모다. 주식시장 침체로 변액보험 수익률이 하락한 게 주요 원인인 것으로 짐작된다.

미국은 사망보험금이 연소득의 3~4배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는 2005년에 지급된 사망보험금이 한 명당 평균 1800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이재에 밝은 유대인은 9억5000만원, 평균적인 미국인은 2억3000만원의 사망보험금을 준비한다고 한다. 불의의 사고에 대비한 국민의 보장자산 확보 수준에 따라 선진국 여부가 판명된다는 것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 의미에서 올 들어 몇몇 대형 생보사를 중심으로 보장성 보험 판매를 늘리겠다는 시도는 사회안전망 확충이라는 생명보험업의 본질뿐 아니라 생명보험산업의 질적 발전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올해 생보 업계는 금융시장 전면 개방, 자본시장 통합법 시행 등으로 어느 해보다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때일수록 생보 업계는 초심으로 돌아가 고객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정도 경영을 실천하고, 전문화된 보장과 재정 설계로 보험 가치를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국민과 보험 전문가들은 2007년을 보험 본업인 보장 자산 확대로 돌아가는'Back to the Basic의 2007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종국 한국보험학회 회장 전주대 금융보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