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오지코스에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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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젊은이들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발굴하는 탐험정신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탐험은 항상 심신을 새롭게 해주고 미래를 보는 안목도 길러줍니다.』
62년 국내 최초로 히말라야 다울라기리봉(8천1백72m)을 원정, 한국 히말라야등반의 물꼬를 터준 경희대 명예교수 박철암씨(69·중문학) .
그가 3명으로 구성된 탐험대를 편성, 또다시 국내최초로 18일 아침 티베트 실크로드의 서역남로탐사 길을 떠난다.
그는 히말라야 로체산 원정(71년), 쿰부지역탐사(83년), 랑탕히말원정(87년), 무크티나트지역탐사(88년), 부탄·시킥탐사(89년), 네팔∼티베트횡단(90년) 등 히말라야·티베트지역을 여덟 차례나 탐사해 신기원적인 기록을 연속적으로 터뜨리면서 한국 탐험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겨온 원로다. 고희의 나이지만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사열정과 개척정신은 20대 젊은이들에 뒤지지 않는다. 지난88년엔 히말라야를 다녀온 인사 30여명을 규합하여 한국 히말라얀 클럽을 결성, 매년 한차례이상 이색 탐사 길을 떠나고 있다. 『약 40일 남짓 걸릴 이번 탐사코스는 고선지장군·혜초스님·현장법사의 열이 스민 곳입니다. 실크로드는 서성남로와 함께 천산배로·남로 등 3개 코스로 나뉘어 있습니다. 천산남·배로는 국내 탐사팀들에 의해 익히 알려져 왔으나 서역남로는 일찍이 혹독한 자연환경 변화 때문에 쇠퇴해 버린 오지중 오지입니다. 최근에야 지프가 겨우 달릴 수 있는 상태가 됐습니다.』 그는 티베트 타클라마칸 사막을 남쪽으로 싸고도는 이번 6천㎞ 여정이 서한시대 유적, 위그루족 문화, 고선지장군이 점령한 소발률국의 정체 등을 밝혀줄 것으로 전망했다.
『보커다산(5천4백45m의 첫 등정, 백옥강 탐사, 허롄(화전)의 옛 유적, 곤륜산의 눈과 타림분지형성과정, 티베트 고 산식물의 생태 등이 관심거리입니다.
타클라마칸 사막은 예부터 「다시 살아오지 못한다」는 금언이 내려올 정도로 험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역사적으로 볼 때 서서히 남진하고 있는 기이한 생태변화도 학술적인 연구가치가 높습니다.』
서울태생인 그는 해방전엔 부모의 고향인 북한 지역의 동백산(2천96m)·소백산(2천1백74m)등 고봉들을 자주 올랐으며 설악산 60차례, 한라산 적설기 세차례 등 전국 유수의 명산들을 완전 섭렵했을 정도.
지난해엔 네팔∼티베트코스를 최초로 탐사, 화제를 낳기도 했었다.
『가치 있는 탐험을 위해여 생을 보내려 합니다. 실크로드 탐사가 성공할 경우 내년에는 히말라야고산 희귀식물을 재탐사, 학술보고서도 낼 작정입니다.』
생태학자 김태섭씨(51)·불교미술가 이정량씨(51)등이 동행하는 이번 대탐사를 마친 다음 그는 서역남로사진전 및 학술세미나 개최도 계획중이다. <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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