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몸과 마음이 병들어 간다

중앙일보

입력

탈북자 중 절반 이상이 만성적 긴장.불안.우울감 등으로 통증을 호소하고 있으며 30%는 우울증.대인기피증.자살충동 등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서울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정부가 이같은 내용을 알고도 탈북자들의 정서적 관리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이같은 내용은 21일 통일부 산하 새터민 재교육기관인 하나원이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에게 제출한 '베이징.선양 영사관 해외출장 결과 종합보고' 자료에 기록돼있다. 권영세 의원은 "하나원이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중국 베이징.선양 주재 영사관내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실시한 뒤 이 보고서를 만들어 통일부 등 외교안보 당국에 보고된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정부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체류자 관리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정부 차원에서도 중국내 탈북자들의 실태조사를 통해 송환을 기다리는 동안 그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지 인력 및 공간문제 등 부족한 점이 많다."며 "중국측과 협의를 통해 탈북자들이 하루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체류하는 동안 정신적인 안정 및 향후 정착을 위한 지원 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원이 지난해 3월 초 베이징 영사부내 탈북자 43명 가운데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상담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0%인 15명이 심각한 수준의 정서적 문제를 보였고,6명(20%)은 심리적 고통에서 비롯된 신체적 통증을 호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선양 영사관에 체류중인 탈북자들의 경우도 베이징 체류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나원이 지난 95년 11월 선양 영사관내 탈북자 41명 가운데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리검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23%인 7명이 전쟁을 경험한 퇴역군인이 겪는 수준의 극심한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었다. 또 정신병리적 수준의 정서적 문제를 안고 있는 체류자가 6명이나 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영사관 체류 6개월 미만인 탈북자들은 심리적 고통에서 비롯된 신체적 고통(두통.위장장애.근육통 등)을 호소했고,1년 미만 탈북자는 극도의 불안감.무력감.우울증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1년 이상 체류자들은 실어증.대인기피.자살충동 등 정신병적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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