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궁 테러는 정당한 논리가 힘에 의해 무시됐을 때 쓸 수 있었던 마지막 방법" "재판부가 대학교수를 저 정도로 다뤘다면 서민에겐 더 큰 횡포를 저질렀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간혹 "판결이 자기 맘에 들지 않는다고 모두가 석궁 들고 나서면 세상이 어찌 되겠냐"는 비판도 보이지만 "판사 가족이냐"는 비아냥을 받기 일쑤다. 그래서 한 판사는 내부통신망을 통해 "(김씨를 옹호하는 것은)강도를 두둔하고 강도 피해자에게 잘못이 있다고 비난하는 것과 같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 같은 네티즌들의 '이상 열기'에 대해 중앙대 심리학과 김재휘 교수는 "위해를 가했다는 객관적인 사실보다 기득권층은 나쁘다는 감정이 우선하는 네티즌들의 특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른 법조 비리 사건의 영향으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심화하고 있는 것도 '김씨 영웅 만들기'풍조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법치주의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 판결이 불만스럽다고 판사를 해코지하는 것은 역사의 시곗바늘을 야만의 시대로 되돌리는 행위에 불과하다.
네티즌들이 주장하는 김씨 재임용 탈락의 문제점과 판사 테러는 별개의 문제다. 재판부는 재임용 탈락에 하자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교수의 자질을 따지는 '교수 직위 확인 소송'에서 김씨의 교육자적 자질이 부족하다고 보고 김씨의 패소를 선고했다. 김씨에 대한 동정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법치주의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호정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