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9일 경남 사천시 한국우주항공산업을 방문해 T-50 조종석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진영 사이에 전의가 뜨겁다. 시한은 일단 설날인 2월 18일까지다.
사흘간 설 연휴가 양 캠프에 주는 무게감은 작지 않다.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는 명절 기간에 요동치는 민심 변화가 주자 간 희비를 가르곤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추석연휴 때 특히 그랬다. 오차 범위 내에서 선두싸움을 벌였던 초박빙 양상은 연휴를 지나면서 확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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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 전 시장은 오차 범위 밖으로 박 전 대표를 밀어내며 '1위 독주'의 발판을 만들었다.
'한반도 대운하 구상' '과학 비즈니스 도시'와 '경제+추진력 리더십'을 내건 이 전 시장의 행보가 북핵 위기라는 바람을 타고 어필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左)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병국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두 주자의 한 발짝 한 발짝, 한마디 한마디는 모두 설 민심을 향하고 있다. 그래서 '뜨거운 겨울'이다.
◆"정치는 그만, 경제에 올인"=설날 연휴를 앞둔 이 전 시장 캠프의 화두는 '경제와 정책'이다.
이 전 시장은 최근 참모회의에서 "정치 일정은 최대한 줄이고 경제 관련 일정을 잡아라"고 했다. '정치는 그만, 경제에 올인'은 캠프의 구호가 됐다. 이 전 시장이 선점하고 있는 '경제 해결사'이미지를 극대화해 박 전 대표가 주장하는 검증론의 예봉을 무력화하겠다는 전략이다. 19일까지 1박2일 동안 경남 지역을 누빈 그의 입에선 정치 이야기 대신 경제 이야기만 쏟아졌다.
이 전 시장의 캘린더도 2월 중순까지 과학 비즈니스 도시 심포지엄, 대운하 토론회, 국책사업 현장 방문, 상공인 간담회 등 온통 정책 관련 일정으로 빼곡하다. 그 가운데 이 전 시장 진영이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경제 관련 비전이다.
'7% 성장을 통해,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어, 7대 경제 강국 진입을 열겠다'는 '이명박식 경제 청사진'을 설 연휴 전에 발표할 예정이다. 한 측근은 "설 연휴가 승세를 굳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단호한 지도자의 모습으로 정면 돌파"=박 전 대표는 최근 캠프 조직 정비 작업을 마쳤다.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이 캠프 본부장, 최경환 의원이 경선 대책, 이병기 여의도연구소 고문과 한선교 의원이 공보, 이성헌 전 사무부총장이 조직 분야를 맡는 새 진용을 갖췄다.
박 전 대표 측에선 "재도약을 위한 하드웨어가 구축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눈에 띄는 것은 단호해진 박 전 대표의 태도다. 그는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에 대해 당내 주자 중 가장 먼저 단호한 입장을 밝히는 등 현안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대업 같은 자가 10명이 있다 해도 아무 문제없이 당선될 사람을 뽑아야 한다"거나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예방주사나 백신을 맞는 기분으로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며 검증론 공세를 강화했다. 한 측근은 "현안에 대한 분명한 태도로 누가 진정한 대통령 감인지를 보여 주겠다"고 했다.
설 연휴를 중대 고비로 보고 있는 박 전 대표 측은 무엇보다 국민과 접촉 기회를 늘릴 계획이다.
설 연휴까지 일주일에 최소한 이틀 정도는 지방의 민생현장을 찾아 그동안 축적해온 정책들을 하나 둘씩 내놓겠다는 것이다. 한 손에는 검증론으로 이 전 시장을 압박하고, 다른 손엔 업그레이드된 콘텐트를 보여주겠다는 게 '설날의 반전'을 노리는 박 전 대표의 전략이다.
글=서승욱 기자<sswook@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