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프로다' 그 카피를 뽑은 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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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신원 베스띠벨리

1991년 화제를 모은 여성복 광고 문구다. 이 출세작을 발판으로 광고업계에서 이름을 날린 한 여성 카피라이터가 17일 삼성그룹 초유의 여성 전무가 됐다. 제일기획의 최인아(46.사진) 전무다. 삼성 공채 출신 최초의 여성 임원(2000년), 첫 여성 상무(2003년) 등 그룹 내에서 늘 '최초'의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1984년 제일기획에 입사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광고인'으로 자리잡기까지 그의 표현대로 '아름다운 프로'의 과정이었다. 그는 "입사 때부터 '나'라는 브랜드를 오래도록 가치있게 하려 했던 노력이 오늘을 있게 했다"고 말했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2002년 삼성카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최 전무의 작품. 히딩크 한국 대표팀 감독이 모델로 등장한 한 카드회사 광고 문구다. 그해 제일기획에서 자체적으로 광고계 대가(大家)에게 수여하는 '마스터'호칭을 처음 받았다. 카피라이터로서의 23년은 '자신의 능력'을 여실히 보여준 기간이었다. 프랑스 칸 국제광고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창조자는 농부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세계적인 영국계 광고인 데이비드 오길비의 말을 늘 좌우명처럼 새긴다고 했다. 끼나 감각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재주에만 의존하지 말고 땀 흘려 일하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려움이 닥치면 쉽게 포기하곤 하는 후배 여성들에게 "재주보다 기본을 충실히 갖추는 게 고비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여성 인력을 둔 임원들에게는 "공평한 기회를 주고 공정한 평가를 하는 게 어떤 복지 혜택보다 동기 부여에 효과적"이라고 당부했다.

#'사랑의 향기는 영원하다.'-동서식품 맥심

2003년 감성적 이미지로 인기를 끈 커피회사의 광고문구로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그는 "나 자신의 향기를 오래, 또 가장 아름답게 날릴 수 있는 곳에 자신을 맡기라"고 후배들에 조언했다. 기업의 브랜드처럼 사람의 브랜드도 '성장기-전성기-성숙기'를 거치는데 자신의 브랜드 파워를 유지할 수 있는 적임지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연봉.조건에 집착해 이직을 쉽게 생각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사내에서 그의 별명은 '마님'이다. 키 160㎝ 안팎의 아담한 체구에 목소리도 작은 편이지만 그 안에서 나오는 카리스마 때문이다. 그는 "카피라이터 자리에서 물러나 조직 관리를 하게 돼 정말 '안방 마님'이 됐다"며 "후배들이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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