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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발전 막는 국립대 법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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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그러나 이미 법인화된 사립대에 대해서도 교육부가 행.재정 지원을 무기로 대학 운영을 통제해 자율적인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교육부가 지침을 잘 따르는지를 평가해 행.재정 지원을 하는 국립대 법인화가 자율성을 보장하고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국립대 법인화로 등록금이 오를 것이란 비판에 대해선 교육부가 현행과 동일하게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국립대 법인화의 근본 취지는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다. 이는 교육부가 재정 지원을 줄이면서 대학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법인화 초기에는 동일하게 지원할지 모르지만 계속 지원할 리 없다. 법인화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일본 국립대 법인화를 모형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선 법인화 이후 재정과 연구비가 줄어 실질적으로 국립대, 특히 지방 국립대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사립대 지원도 줄었다고 한다.

서울대를 제외한 국립대는 지방대다. 지방대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이유는 대학에 있지 않고 수도권으로 모든 것이 집중되는 사회적 현상 때문이다. 이런 한계에도 지방 국립대에 서울의 명문 사립대 못지않은 우수 학생이 지원하고, 우수 교수가 충원되는 이유는 사립대의 절반도 되지 않는 등록금과 이익 추구와는 무관한 교수 충원 때문이다. 지방 국립대는 열악한 환경에도 서울 명문 사립대와 대등한 성과를 내고, 저소득 가정 학생을 우수 인재로 양성하고 있다. 국립대 법인화는 지방의 우수 인재 양성을 막아 지방을 몰락하게 하고, 서울 명문 사립대만을 키우려는 악수(惡手)다.

국립대는 물론 모든 대학의 경쟁력이 떨어진 이유는 고교를 하향 평준화하고 대학이 우수 학생을 선발하지 못하게 하는 교육 정책 때문이다. 청소년이 도박하듯 인생의 대전환점을 준비하게 하는 교육부에 기본적인 책임이 있다. 진정 서민과 지방 발전을 위하는 정부라면 국립대의 사립화를 중단해야 한다.

정민걸 공주대 교수.환경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