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차 살테니 위안화 봐주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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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중국에 합작공장을 여럿 가지고 있는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앞으로 2년간 중국에 2만7천여대의 자동차를 직접 수출하기로 12일(현지시간) 중국 측과 합의했다. 금액으로 치면 거의 20억달러에 이르는 이번 계약식에는 중국 상무부의 마슈훙(馬秀紅)부부장도 참석했다.

중국은 지금껏 합작투자를 통한 생산은 허용했지만 외국산 자동차의 직수입은 가능한 한 억제해 왔다. 이 때문에 올 들어 9개월 동안 중국이 수입한 미국 자동차는 5천3백만달러어치에 불과했다.

그러나 중국과의 무역에서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는 미국이 중국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계속해 넣자 중국이 자세를 낮춘 것이다.

보잉과 제너럴 일렉트릭(GE)도 이날 2004~2005년 중 중국의 5개 항공사에 17억달러어치의 항공기와 항공기 엔진을 공급한다는 계약을 했다. 중국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조치가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중(對中) 자동차 수출과 관련, 가장 큰 재미를 볼 회사는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제너럴 모터스(GM)다. 이미 중국에 5개의 합작공장을 가지고 있는 GM은 이날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가진 수출계약 조인식에서 캐딜락 등 고급 승용차 5천대를 포함해 완성차 및 부분 조립차 1만7천5백대(약 13억달러어치)를 2005년까지 중국에 공급키로 했다.

중국에 두개의 합작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포드는 내년 말까지 레저용 차량인 SUV 위주로 5천2백50대를 수출하며,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수출 몫은 4천5백대로 정해졌다.

GM은 이와 함께 중국 내 자동차 생산능력을 2006년까지 50% 늘리고, 상하이(上海)에 캐딜락 조립공장을 새로 지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포드는 지난달 중국에 15억달러를 더 투자해 현재 연간 2만대에 불과한 생산시설을 15만대선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지난 9월 베이징자동차와의 합작으로 11억달러를 투자해 중국에서 벤츠를 직접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세계 자동차업계의 '빅3'들이 이렇게 중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은 중국 시장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중국 내 자동차 판매 예상량은 4백40만대로 2년 전의 배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독일을 제치고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자동차시장으로 도약하게 된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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