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 설립 왜 틀어막습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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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은 학부모들이 초등생 자녀에게 원어민 교사를 붙여 영어공부를 시킨다. 초등 고학년은 토익·토플 시험을 준비하기도 한다. 좋은 학교에 진학해 좋은 교육을 받게 하고픈 욕구 때문이다. 지난해 청심국제중의 일반전형 경쟁률 52대1을 기록한 것을 봐도 이런 수요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시대 변화에 따라 서울의 대원학원과 영훈학원이 지난해 서울시 교육청에 국제중학교 설립인가를 신청했다. 초등생을 둔 서울지역 학부모들의 관심이 컸다. 자녀를 해외로 유학 보내지 않고 가까운 거리에서 외국어를 공부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 학원은 얼마 안가 신청을 철회했다. 제동을 건 교육부의 설명은 이랬다.

"의무교육과정인 중등교육에서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고, 서울에 국제중이 들어서면 여기에 진학하기 위해 조기유학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국제중이 특목고나 명문대에 가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도 덧붙였다.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을 바꿔서라도 시.도교육감의 특성화학교 설립 권한을 환수하겠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국제중 설립도 시대 변화에 맞춰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교육부가 밝힌'서울지역 국제중학교'이기 때문에 국제중 설립이 안 된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현재 서울에는 40여개의 사립초등학교가 있다. 이들 학교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원어민 강사에게서 영어뿐 아니라 제2외국어까지 배운다. 해외 어학연수도 필수과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 학교의 분기당 수업료는 100만 원을 넘어선다.

서울에는 또한 6개 외고가 있다. 외고에 보내기 위해 학부모들은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과외를 시키고 학원에 보낸다. 수준높은 교육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사립초등학교와 외고는 되는데 유독 국제중학교 설립은 안 된다는 것은 무슨 논리인가.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은 특목고에 가기 위해 사교육 시장을 돌아다닌다. 우리보다 소득수준은 낮지만 교육 환경이 좋은 동남아 조기유학이 느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분기당 108만 원선의 수업료가 예상되는 국제중이'귀족학교'라고 해서 안 된다면, 이보다 수업료 수준이 높은 사립초등학교의 존재 이유가 궁금해진다.

교육부는 한 해 평균 2만 달러가 드는 조기유학 열풍을 어떤 논리로 막을 수 있을까. 국제중에 들어가기 위한 목적의 조기유학이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이 국내에서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수요를 외면하다가는 오히려 외국 행을 더 부추길 수도 있다.

우수 인력을 키우는 것은 국가의 자랑이자 의무다. 말로만 국가경쟁력을 논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자. 무조건 틀어막는 것만이 능사는 아님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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