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용 간이 무선기 출력 낮아 제구실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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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전화기가 설치돼 있지 않은 곳에서 갑자기 응급환자가 발생하거나 야외 활동중 조난사고, 건설현장·방범경비 업무 등 시급 연락을 목적으로「워키토키」등 무선기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일반인에 대한 무선기 사용 허가 규제가 외국에 비해 훨씬 엄격해 오히려 불법 무선기 사용을 조장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체신부가 집계한 불법 무선기 사용 적발 건수는 지난 89년3천5백31건이었으나 90년 6천8백50건으로 두배 가량 늘었는데「워키토키」등 간이 무선기를 불법으로 사용한 예가 절반이 넘는 56%나 됐다.
이 같은 현상은 올 들어 더욱 심해져 지난 4월 현재 총1천7백63건의 불법 무선 설비가 적발됐는데 워키토키 등 간이무선기를 불법으로 사용한 예가 가장 많아 전체의 72%를 차지하고 있다.
그 밖의 불법무선설비 내용은▲차량 등 육상 이동국 3백52건(20%)▲무선전화기(체신부의 형식승인을 받지 않은 것)사용 8건(5%)▲선박무선국 25건(1%)▲고주파설비22건▲아마추어무선국 12건▲휴대국 1건▲기타 8건 등이었다.
불법무선기를 설치, 사용하다 적발될 경우 전파관리법 제82조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백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돼있다.
그러나 이처럼 허가받지 않은 워키토키 등 간이무선기 적발건수가 해마다 급증하는 원인은 국내 일반인들에게 허가 절차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무선기 출력범위가 0.5W이하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지만 가장 큰 원인은 규제 자체가 너무 엄격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일반인이 0.5∼5W출력의 무선기를 사용하려면 특수 목적을 명시해 사업자등록 허가를 받아야 한다.
출력 0.5W의 경우 통달거리는 1∼1.5㎞로 나와있으나 실제로 빌딩이 많은 도심지의 경우 불과 수백m정도 밖에 안돼 대부분 불법으로 고출력의 무선기를 사용하거나 부스터 등 부속기기를 장치, 출력을 높여 사용하다 적발되고 있다.
4∼5W의 경우 통달거리는 장애물이 없는 평지에서 12∼15㎞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자제품 제조업체인 맥슨전자의 김동연 과장(기획실)은『0.5W 출력으로는 서로 눈에 보이는 거리에서만 통화가 가능해 어린이 장난감 수준에 불과하므로 오히려 불법무선기 사용을 조장시키는 격』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미국 등 외국의 경우 극심한 교통 혼잡 등 사회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응급을 요하는 시민의 요구에 부응해서 오래전부터 3∼5W까지 허용하는 등 선택의 폭을 넓게 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의 경우 현재 차량 무선 전화기를 이용할 수 있으나 단말기값만 1백만원이 넘는데다가 전체 설치비용이 2백만원이 넘게 드는 등 너무 비싸 일반화되기에는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국내 일반인에 대한 무선기 출력 규제가 이처럼 외국보다 엄격한 것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어 간첩활동 등 반국가적 목적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4∼5W정도의 출력으로는, 특히 산악지대가 많은 국내에서 휴전선과 아주 인접한 지역에까지 가지 않는 한 간첩활동 등에 이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연세대공대 박한규 교수(전자공학)는『북한과의 관계도 개선돼 점차 전쟁위험이 희박해져가고 있는 만큼 국민편익을 위해 출력규제를 미국·유럽과 같은 4∼5W정도로 완화시켜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이기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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