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유점사 범종소리 녹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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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석가탄신일 하루 전인20일 오후2시 분단 43년만에 처음으로 금강산 유점사의 범종 소리가 5분여동안 한반도 전역에 울려퍼졌다.
개국 1주년을 맞은 불교방송(사장 장상문)은 이날 지난 4월8일 묘향산 보현사에서 있었던 통일합동법회석 장면을 녹음, 범종소리와 함께 참석자들의 대담을 엮어 약50분간 방송했다.
신라종인 유점사의 범종소리가 이날 전파를 타고 온누리에 울려 퍼지게 된 것은 미LA에 거주하는 신법타 스님(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한 미주 불교인협의회장)·김도안 스님(한민족 불교 교류 추진 미국 불교협의 회장)이 지난달 북한을 방문, 직접 녹음해온 것을 불교방송이 긴급 입수해 전파에 실어 보냄으로써 이뤄진 것.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 해외불교지도자연석회의」개최 문제를 최종 협의키 위해 지난달 2일부터 약18일 동안 북한을 방문한 두 재미스님은 북한측과 사전에 유점사 범종의 타종 문제도 합의를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타종이 이뤄진 곳은 금강산 유점사가 아닌 묘향산 보현사 대웅전 앞에서였다.
외금강도, 내금강도 아닌 신금강에 위치한 유서 깊은 유점사가 휴전 무렵인 지난 53년께 불타 없어지는 바람에 화를 면한 범종만 떼어다 지금의 보현사로 옮겨왔기 때문.『그날 통일합동 법회에서 나는 맨 마지막 순서로 설법하기로 돼있었습니다. 그러나 법회 첫 순서인 28번의 타종식이 끝나자 장내는 온통 울음바다가 됐고 그 감격을 이기지 못해 나는 끝내 설법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날 타종은 보현사 주지인 최형민 스님, 신법타 김도안 스님 등 세 사람에 의해 합동으로 이뤄졌다.
북한의 최고 정책결정기구인 정무원으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아 이뤄진 이날 타종식에 대해 법타 스님은『일시적이나마 남북간에 종교통일을 이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89년에 이어 두번째로 북한을 방문한 법타 스님은『89년 당시만해도「역사박물관」이라는 간판만 있었는데 이번에 가보니「묘향산 보현사(역사박물관)」라고 고쳐 써놓았더라』며 그간의 변화된 모습을 전했다.
북한의 종교실태와 관련, 법타 스님은 또『개신교(봉수교회)·가톨릭(장충성당)등과 비교해 볼 때 북한에는 현재 70여개의 사찰, 3백여 승려, 그리고 1만명이 넘는 불교신도들이 있다』고 말하고 불교를 통한 통일노력이 가장 유력한 방법일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김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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