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나는 세상(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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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붓다(불타)를 누구보다 열심히 따라다니던 소나는 어느날 깊은 회의에 빠졌다. 아무리 도를 닦아도 마지막 경지에서 깨닫는 바가 없었다. 이럴바엔 차라리 집에나 돌아가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의 집엔 먹고 마시고 즐길 것이 얼마든지 있었다.
붓다는 고민하는 소나를 보고 『너는 집에서 무엇을 잘했느냐?』고 물었다. 거문고를 잘 뜯었노라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붓다는 바로 거문고 줄에 비유하는 말을 했다. 『거문고는 줄을 너무 죄어도 안되고,너무 느슨하게 해도 안된다. 줄이 적당해야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 도도 마찬가지다. 너무 괴로움을 겪으면 마음이 평정을 잃으며,지나치게 긴장을 풀면 또한 게을러진다. 소나여,너는 중을 취해야 한다.』
하루는 여러 왕들이 회식하며 이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 것이 무엇인가에 관해 토론했다. 저마다 색·성·향·미·촉 등을 얘기하며 그것이 제일이라고 했다. 이런 얘기를 듣고 있던 붓다가 한마디 했다. 『나는 마음에 어울리는 적절이야말로 이 세상의 애욕중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지나치게 먹으면 맛이 없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지 않은가.』
그 평범한 진리는 붓다가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터득한 깨달음이었다. 왕가에서 태어나 이 세상의 온갖 영화와 풍요를 다 누렸던 그는 어느날 불현듯 집을 나가 6년 고행을 체험한다. 제대로 입지도,먹지도,마시지도 않은 생활은 그의 얼굴을 해골의 모습으로 만들었고,몸도 마른 장작개비 같았다.
영화의 극치와 괴로움의 극치,그 양극속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깨달은 것은 중도였다. 거문고의 줄처럼 너무 팽팽하지도 않고,너무 헐렁하지도 않은 적절과 균형,그 경지를 그는 삶의 실천원리로 터득한 것이다.
불탄일(21일)을 맞으며 우리는 다른 것은 몰라도 붓다의 교훈중에서 바로 그 중도의 사상만이라도 제대로 깨달을 수 있다면 세상은 한결 평온해질 것이다.
오늘 우리 사회를 살맛나는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당장 해야할 일은 우리 모두가 극단의 벼랑에서 한발짝씩 뒤로 물러서는 일이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삶의 자리는 한결 숨통이 트이고 환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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