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이하 청소년 축구 '모든 선수를 박지성처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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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U-17 대표선수들이 서귀포 시민구장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대한축구협회 제공]

전지훈련 중인 17세 이하(U-17) 청소년 축구대표팀이 묵고 있는 제주도 서귀포시의 한 펜션. 코칭스태프 숙소인 301호는 밤 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 박경훈 감독과 김상호.김청운 코치는 비디오분석관이 찍은 연습경기 화면을 계속 돌려보며 문제점을 짚어내고 해결책을 토론한다.

"이것 봐. 상대 공격수가 한 명뿐인데 수비 네 명이 모두 처져 있으니 미드필더 숫자가 부족하잖아."(박 감독)

"전진패스를 할 타이밍에 백패스를 해 공격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네요."(김상호 코치)

원래 흰머리가 많았던 박 감독은 아예 백발이 됐다. 그만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얘기다. 이 팀은 올해 8월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에 출전한다. 홈 이점을 안고 '최소 4강'의 성적을 기대하는 축구팬의 기대에 맞추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이 팀의 주력인 1990년생 중에는 특출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박 감독은 '벌떼 작전'을 구상하고 있다. 2년간 다듬어 온 조직력을 바탕으로 90분간 쉴 새 없이 뛰면서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체력전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 선수의 박지성화'다. 혹독한 체력 훈련이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다.

대표팀의 주력 포메이션은 4-2-3-1이다. 네 명의 수비수 위에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윤빛가람(부경고).조범석(신갈고)이 포진, 수비를 두텁게 하면서 날카로운 패스로 공격의 물꼬를 튼다. 주요 득점 방정식은 세밀하게 다듬은 세트 피스다. 최진수(울산현대고)가 전담 키커로 나선다.

문제는 수비 조직력이다. 11월 브라질 전지훈련에서 2살 위 프로팀들과 맞붙어 14경기에서 40골을 허용했다. 주장이자 중앙수비수인 김동철(태성고)은 "한 골을 먹으면 당황해서 대량실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라 분위기에 많이 휩쓸린다. 실전을 통해 자신감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주 호주 4개국 대회를 거쳐 2월에는 스페인.벨기에 17세 대표팀과 원정 경기를 한다. 3월부터는 장기 합숙을 하면서 오전에는 수업을 받고, 오후와 저녁에 집중 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심리치료사를 초청해 주기적으로 상담도 받게 할 계획이다. 24개 팀이 출전하는 U-17 월드컵의 본선 조추첨은 5월 서울에서 열린다.

서귀포=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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