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시위자 너무 쉽게 풀어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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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집회 현장에서 화염병이 등장하고 걸핏하면 파출소에서 난동이 벌어지는 등 공권력의 권위 추락이 우려되는 가운데 경찰청 산하 치안연구소가 12일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관련 세미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치안현장의 법질서 침해실태와 효율적인 대응방안'이란 주제발표를 한 연세대 법학부 심희기(沈羲基)교수는 범칙금 미납문제가 심각하다는 중앙일보 지난달 17일자 9면 기사를 거론하며 "경범죄 범칙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이들에 대해선 형사입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형사입건할 경우 체포 인력의 부족이 예상된다면 범칙금 미납횟수.즉결심판 미출석 횟수가 많은 사람부터 우선적으로 체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경범죄 범칙금 미납건수는 전체 1백56만여건의 14%(22만여건)에 이르고, 3년 시효가 끝날 때까지 내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은 사실상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실정이다.

沈교수는 또 "현재 음주자가 행패를 부려도 경찰이 달래서 보낼 수밖에 없는 등 공공질서 위반과 경범죄에 대해 과도한 관용주의적.인내주의적 형사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측면이 있어 일선 경찰관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개정해 생활방해형 경범죄에 대해 경찰이 제지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파출소.순찰지구대에도 '주취자 회복실'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은 "공권력이 저항을 받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 경찰이 탄압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라며 "경찰이 관용주의.인내주의 정책을 계속 유지하면서 공권력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바꾸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들은 수백억원씩 추징금을 안내도 멀쩡한데 소액의 범칙금을 안냈다고 형사입건하는 것은 국민들의 법 감정에 맞지 않다"며 반대했다.

성균관대 김성돈(金成敦.법대)교수도 "법무부가 음주소란자 등 경범죄에 대해선 비범죄화 정책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생활방해형 위반자들에 대해선 형사입건보다는 과태료 처분이 바람직할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박종환(朴鍾煥)서울 북부경찰서장은 "얼마 전 민주노총 집회에서 화염병이 7백여개나 투척되고 새총으로 볼트.너트를 발사했는데 미국에서 보면 테러행위나 마찬가지"라며 "우리나라는 집회 폭력으로 구속되더라도 금방 풀려나는 등 법 집행에 문제가 많다"고 맞섰다.

그는 또 "즉결심판 대상의 범위를 확대하고 상습 범칙금 납부 거부자들은 바로 강제 구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하.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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