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열기 또 한번 "후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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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북한 청소년 축구선수단 일행 70명이 제6회 세계청소년 선수권대회 남북 단일 팀 구성을 위한 1차 평가전을 마치고 9일 오전11시 반 판문점을 넘어 귀환했다.
남북선수들이 섞여 홍·백 팀을 구성, 8일 잠실올림픽 경기장에서 펼친 1차 전은 당초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빠른 공·수 전환과 과감한 슈팅, 몸을 던지는 태클 등으로 시종일관 활기찬 플레이와 뛰어난 개인기를 선보여 3만여 관중들을 열광케 했다.
90분간의 치열한 공방전 끝에 경기종료 2분 여를 남기고 남측 문삼진의 절묘한 어시스트를 받은 북측 최철이 결승골을 터뜨린 홍팀이 2-1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축구 인들은 북측선수들이 스피드·돌파력 등 공격력이 뛰어난 반면 남측선수들은 경기운영능력과 볼 컨트롤이 좋은데다 수비력에서 앞선 것으로 분석, 양측선수들이 빠른 시일 내에 조화를 이룰 경우 막강한 전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북측선수들 중에는 FW 최철, MF 조인철·김정만, FB 임하영· 전경국 등이, 남측에서는 M F김동철 조진호 한연철, FW 서동원, FB 장현호 박철 노태경 등이 돋보였다.
단일 팀의 감독을 맡게 될 북측 안세욱 감독은『국제적 조류인 3-5-2시스팀을 전술로 구사할 계획인데 공격과 허리는 충분하나 수비에서 다소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특히 수비의 핵을 맡은 스위퍼와 투스토퍼가 확실치 않은 것이 불안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안 감독은 코치를 맡게 될 남대식 남측 감독과 상의, 18명의 엔트리를 2차 평가전이 끝나는 12일 확정하겠지만 수비라인은 장현호·박철·노태경 등이 중심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남 감독은『체력이 좋은 유럽 및 남미선수들과 격돌하기 위해서는 90분 동안 줄기차게 뛸 수 있는 지구력이 선결과제』라면서 체력과 지구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우선적으로 선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12일 평양에서 열릴 2차 평가전에 참가 할 남측선수단 70명은 10일 오전 판문점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간다.

<40여 개 모두 잘못돼>
이날 개회식 행사를 맡았던 파워 이벤트사가 대형응원단기 40여 개를 준비했으나 단기가 잘못된 바람에 북측으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선수들이 입장할 때 양측에 대형 응원기를 세웠는데 하늘색 바탕에 흰색 한반도가 그려진 것.
북측의 유성일 임원은『아무리 응원 이기는 하나 체육회담에서 합의한 흰색 바탕에 하늘색 한반도가 그려져야 했었다』며 무척 못마땅한 표정.

<평양 견문 기 맹 비난>
이날 경기장에 나온 북측임원·기자들은 한결같이 관중수가 적은데 대해 놀라워하면서 섭섭함을 표시.
북측의 한 임원은『아무리 평일이라도 그렇지 북에서 반세기만에 통일축구팀을 만들려고 내려왔는데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은 것은 뜻밖』이라며『남쪽이 북쪽보다 통일열기가 못한 때문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또 북측임원들은 강경대군 빈소추모를 집요하게 요구하는 이유를 묻자『스포츠 차원을 떠나 학생이 조국을 위해 맞아죽었는데 초상집을 그냥 지나칠 수 있느냐』고 답변.
한편 북측 김천일 기자단장은 이날 경기장에 나와서도 최근 평양을 방문한 남측의원들이 각 일간지에 게재한 견문 기에 대해 맹 비난.

<손기정씨 등 참석 눈길>
이날 1차 전 본부석에는 박철언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비롯, 김용균 차관·이명성 북한선수단장·김종렬 체육회장·김우중 축구협회장 등 남북한 체육계 인사가 자리를 함께 했다.
특히 본부석하단에는 홍성철 전 통일원장관과 이영호 조상호 전 체육부장관 등 전직장관들과 체육계 원로인 손기정씨 등이 자리를 갑아 눈길을 끌었다.

<다소 썰렁한 분위기>
남북축구가 벌어진 이날 잠실 주 경기장은 평일인데다 선발전을 경한 평가전의 성격 탓인지 지난해 통일축구 때의 절반도 안 되는 3만명 가량의 관중만이 입장, 다소 썰렁한 분위기.
대한축구협회는 초청장 3만 장을 발매하고5천 여장을 팔았으나 초청장을 받은 인사들이 오지 않아 운동장이 비게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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