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지지"는 허구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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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앙일보 4월29일자(일부지방 30일) 2면 기사와 5면 「취재일기」난에 실린 「남북한 쌀 직교역에 대한 미국의 중단요구」보도를 접하고 전통적인 우방이자 혈맹으로 일반 국민에게 인식되고 있는 미국이 우리에게 진정으로 어떠한 존재인지 새삼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이번 남북간 직교역의 일환으로 남한에서 제공키로 한 쌀 5천톤은 수출에 해당되는 것으로서 국제 양곡유통 질서를 해치기 때문에 미국정부가 이의 중단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는 미국 정부가 자국 양곡업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결국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의도에서 제기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남북간의 직교역은 미국의 주장처럼 단순한 국제무역 거래가 아니라 우리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향한 여건조성이라는 역사적·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 정부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지지한다는 공식 입장을 되뇌어 온 마국이 단지 자국의 경제적 이익에 약간의 손실을 끼친다는 이유만으로 내부거래나 다름없는 한 민족의 직교역을 문제삼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으며 설득력도 없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 추구에만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명분도 없는 기만적인 행태를 계속하게 된다면 반미 감정의 유발과 확산이 가속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임철민<부산시 금정구 구서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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