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공전에 국민 좌절감 증폭(난국 이것이 문제다: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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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제·사회정책 실패/성장우선에 서민생활은 뒷전/물가·집값 잡는다고 큰소리만
강경대군 치사사건으로 인한 시국불안을 더욱 침중하게 한 것이 6공의 경제·사회정책 실패다.
강군 치사사건의 충격이 민심동요로까지 번지게 된 것은 물가·부동산가격 폭등으로 쌓였던 경제정책과 환경문제·잇단 부정부패 등에 대한 불만이 사회에 층층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민심불안을 가장 부채질한 것이 물가인상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여야의원 가릴 것 없이 『물가정책 혼선이 너무 심해 국민이 믿질 않는다』며 민심이반을 우려했다.
정부에선 『인상률이 연말까지 한자리 물가지수가 지켜질 것』이라고 장담하곤 있으나 금년들어 5.4%라는 기록적인 상승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가 따지는 물가지수마저 장바구니 체감물가와는 전혀 동떨어지고 있다.
부동산 정책의 혼돈은 민심좌절의 가장 큰 요인이며 상대적 빈곤감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작년 이맘때 전세·사글세 가격폭등으로 세입자 자살사건이 터져 총체적 난국을 부추긴게 바로 부동산 투기였다. 정부는 부동산투기를 잡는다고 난리쳐왔으나 서민들의 내집마련의 꿈은 멀어져가고 있다.
신도시 건설발표 당시 강남의 33평 아파트를 1억원으로 살 수 있었으나 이젠 17평짜리가 고작이라니 서민들이 속이 끓고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평당 2천만원짜리 아파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고 이사철마다 집값 때문에 서울의 변두리에서 외곽도시로 옮겨가는 서민들의 커져가는 응어리를 속시원히 풀 대책이 없다.
그야말로 없는 사람만 서러운 실정이다.
6공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온 2백만호 주택건설정책은 결국 부동산 투기붐과 건축경기 과열만 조장시킨 꼴이 됐다.
정부정책의 단견에 서민들만 죽을 맛일 수밖에 없다.
땅값 인상으로 인한 엄청난 불로소득에 대한 정보에 익숙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정부가 재벌위주의 성장일변도 정책을 밀고 가는데 대한 불신은 치유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정책이 여러가지 빌미를 들어 특혜세력 위주로 이뤄져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금융실명제 포기로 검은 돈이 판치고 있다면 열심히 일할 맛이 나지 않게 되는건 자명하다.
아침 출근길에 「지옥철」을 탔을때의 고통을 해소한다며 지하철 확충등 각종 사회간접자본시설 투자방안을 터뜨리지만 돈많이 드는 장기적 사업은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최근의 페놀유출,원진레이온 사건으로 환경과 직업병문제가 정부의 발등의 불처럼 떨어졌지만 국민들이 있을만 하면 정책우선순위에서 다시 밀린다는 의구심을 다수 국민들은 떨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삶의 질보다는 기업의 위축을 더 걱정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가진 자 중심의 편중된 정책을 펴고 있다는 생각이 일반서민의 「계층적 고립감」으로 광범하게 쌓이고 있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때문에 법과 질서를 지키겠다는 정부의 강경방침을 일반국민이 뒷받쳐주지 않는 것이다.
정부측이 이른바 체제홍보라는 차원에서 MBC­TV 드라마 「땅」의 방영을 중단하고 수서관련 논평을 한 MBC­라디오 「봉두완입니다」를 중단시켰지만 그것이 TV와 라디오의 가장 큰 시청자인 서민들에겐 6공 사회문화정책의 편중된 면모만 실감시켜 주었을 뿐이다.
이처럼 경제·사회정책이 국민들속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일관성을 결여한채 뒤뚱거리는 가장 큰 요인은 6공 정부의 인기영합정책 탓도 있다.
경제팀이 바뀔 때마다 형평안정­성장우선­물가안정 등 성장과 안정을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땜질식 한건주의가 경제를 멍들게 했다.
정부나 집권여당이 소수 특권층보다는 다수국민의 삶과 복지를 안정되게 보장해주지 못하는한 난국의 요인이 되는 사회지반의 불안정상태는 없어질 수 없는 것이다.<박보균기자>
◎전문가 의견/땜질식 아닌 소신있는 정책펴라
◇곽상경 교수(고대·경제학)=경제사회에 대한 정부의 효과적인 정책수행이 결여되면 혼란과 문제가 야기되는 것이다.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무질서와 문제를 악화시킨다.
정치권도 경제를 정치적 이해관계에 이용하여 정부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책임도 있다.
최근의 인플레이션,부동산 가격폭등,증권시장 침체,시설부족에 의한 혼잡,각종비리 등 많은 문제가 정책과 정치의 비능률에 의해 악화되었다.
여기에 낮은 국민의식과 무분별한 이해집단의 행동등이 악순환을 일으킨다. 정부는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여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일관성있게 효과적으로 수행하여 국민의 신임을 받아야 한다.
정부 스스로 손발이 안맞고 소신없는 정책은 지도력으로 해소해야 한다. 정치인도 저질적인 인기에 급급하지 말고 국민을 위하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선의의 경쟁을 해야할 것이다. 계층간 형평을 높이기 위해 정부·정치권 모두가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할 것이다.PN JAD
PD 19910507
PG 03
PQ 02
CP HS
CK 02
CS A01
BL 1605
GO 사설
TI 새 집시법에 민주의지 실어야(사설)
TX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고 그 대신 그것은 합법적 절차에 따라 평화적인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대원칙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그 어느 쪽도 이러한 너무도 당연한 대원칙을 지키려 하지 않았다. 정부당국은 집회와 시위에 대해서는 거의 무조건적 원천봉쇄를 고집해왔고 반면 집회 및 시위를 하는 쪽에서는 법절차의 무시와 폭력시위로 이에 맞서 왔다.
집회 및 시위가 화염병과 돌,최루탄과 무더기 검거의 악순환을 되풀이 해온 것은 바로 이러한 양쪽의 극단적 대응방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제 국민들은 이러한 집회 및 시위관행에 지칠대로 지쳐 있다. 하루빨리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서 더 이상은 원천봉쇄와 폭력시위의 악순환이 없게 해야 한다는 것이 현 시점에서의 거의 모든 국민의 바람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새로운 시위의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현행 집시법을 대폭 개정키로 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이번만큼은 모든 국민이 지키고 따를 수 있는 법규정이 마련되어 다시는 법이 배격되고 사문화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법개정에는 각계 각층의 광범위한 여론이 수렴되어야 한다. 모처럼의 개정이 또다시 편법적이고 자의적으로 이루어져 반발을 산다면 그 개정은 하나마나한 것이다. 정부에 대한 비판세력까지도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의 법개정이 이루어져야 법이 준수될 수 있을 것이며 그러려면 개정과정에서부터 다양한 여론의 수렴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번 법개정의 성패는 결국 시위허용의 객관적 기준을 어떻게 마련하며 그에 따른 판단을 누가 내리도록 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현행 집시법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도 그 허용의 객관적 기준이 지나치게 봉쇄적이었고 그나마 그 판단이 전적으로 당국자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 진정 지향한다면 시위는 봉쇄가 아니라 허용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원칙에서 모든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 그 기준에 의한 최종적인 판단은 물론 당국이 내릴 수밖에는 없다 하더라도 그 판단의 과정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현재 경찰의 중립화가 이루어져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더 그러한 절차가 필요할 것이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집회시위 허가 심의위원회의 설치는 그런 점에서 진일보한 발상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심의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것만 여론의 합의아래 구성할 수 있다면 법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자의적으로 구성된다면 형식만 민주적일뿐 실질적으로는 현행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결과가 될 것이다.
우리는 결국 모든 것은 정부가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할 의사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본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이번 법개정을 계기로 정부가 정부가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인식에서 법을 개정한 다음에도 또다시 폭력시위가 벌어진다면 이번에는 시민들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시민의 양식이야말로 폭력시위를 막는 가장 큰 힘이다. 정부는 이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법이 올바로 개정된다면 반정부세력 쪽에서도 비폭력 선언이 나와야 한다. 정당한 법절차에 의한 민주화야말로 현 시점에서의 국민적 합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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