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랠리 실종 … 코스피 지수 6일 만에 64P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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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주가 급락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대부분의 증권사가 예상했던 '1월 랠리(주가 상승)'는 간 곳 없다. 올해 경제 전망이 그럭저럭 괜찮은데다 기업들의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사라지고 그 자리엔 비관론이 대신 자리잡아가고 있다.

1월 들어 코스피지수는 5거래일 동안 4.5%나 빠졌다. 8일에도 14.95포인트 빠진 1370.81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4.52포인트 하락한 597.83을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물량을 쏟아내고 있지만 받아줄 곳이 없다. 개인들이 일부 물량을 사들이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런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할 것이란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 '팔자'만 있고 '사자'는 없어=올 초 주가 급락의 원인은 수급 불균형이다. 쏟아지는 물량이 너무 많아 시장이 힘에 겨워하는 모습이다. 우선 11일의 옵션 만기를 앞두고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달 들어 기관은 4886억 원(프로그램 순매도 97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도 3900억 원어치를 팔았다. 개인만 741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으나 지수 방어에는 역부족이다.

자금 유입도 줄고 있다. 그간 지수를 받쳐왔던 주식형 펀드로 들어오는 신규 자금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12월 주식형 펀드의 순 증액은 2148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4월 이후 최소다. 투자자들이 수익률이 떨어지는 국내 펀드보다 해외펀드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은행권의 가계 대출 축소 등에 따라 대출을 받아 집을 산 투자자들 중 상당수가 주식 시장에서 돈을 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일시적 vs 구조적=비관론자들은 현재 증시 약세를 '시작'으로 보고 있다. 세계 경제의 긴축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이유다. 구리와 원유 같은 원자재 가격이 지난주 급락한 것도 세계적인 긴축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지난주 중국이 지급준비율을 인상했고, 영국.일본의 중앙은행도 조만간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긴축 기조는 지난해 탄탄한 성장을 했던 세계 증시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고 이 여파가 국내 증시에도 미칠 것이란 게 '비관론'의 골자다. 서울증권 박상욱 투자전략팀장은 "원자재 등 실물자산 가격이 내리고, 미국 경기가 냉각되고, 부동산 시장 위축 등이 한꺼번에 나타나면 추가적인 주가 급락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긴축 우려는 과장됐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세계 경제의 긴축 우려는 있으나 주가가 급락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번 주부터 주요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가 이어지면 시장은 곧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에 좋은 성과를 보인 포스코.삼성전자 등의 실적이 이번 주부터 발표되면 투자심리도 개선될 것"이라며 "오히려 지금이 저가 매수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은 현재 이익이 많이 개선된 소재.헬스케어.통신서비스 등의 업종에 주목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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