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에 대한 새로운 해석 추구-3년만에 개인전 갖는 화가 고영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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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극사실주의 화가 고영훈씨(39)가 3년만에 개인전을 9일까지 두손갤러리(511-7806)에서 갖고있다.
고씨는 이 전시회에 예전보다 더욱 정교한 사실감을 살린 신작 13점을 선보였다.
『옛날 솔거가 그린 소나무에 새가 날아와 앉으려했다는 얘기처럼 우리 눈에 보이는 사물의 실제감을 그대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이 같은 재현을 통해 리얼리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추구한 것이지요.』
펼쳐진 책 위에 문진처럼 놓인 돌멩이와 새·깃털·타이프라이터 등을 표현한 그의 작품들은 누구나 한번쯤 손으로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로 실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그것은 책의 낱장과 사진을 오브제로 이용한 회화작업임을 알게된다.
화면 위에 글씨가 인쇄된 책의 낱장을 정교하게 잘라 붙이고 그 위에 사진을 오려 붙인 후 정교한 붓질을 더함으로써 전체는 하나의 새로운 사물로 탄생된다.
사진보다 더욱 극명한 사실묘사력과 입체감을 담은 그의 작업은 이 때문에 「3차원적 회화」불린다.
지난 10여년 동안 오로지 붓 작업으로만 사물의 실제감을 표현해온 고씨는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사진을 도입했다.『붓 작업만으로는 표현의 한계가 너무 좁습니다. 사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만 그 위에 붓 작업을 더함으로써 하나의 회화로 살아나도록 했습니다.』
홍익대·대학원을 나온 고씨는 지난86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국내작가로 처음 참가했으며 이후 파리 알랭브론델화랑의 전속작가로 활약하고 있다. 87년 미술기자상 수상.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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