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에 편중 75%의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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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기술도입>
상품을 만들려면 기술이 필요한데 남보다 나은 기술이 있으면 보다 나은 상품을 만들어 더 많이 팔 수 있는 것은 부문가지다.
예전에는 품질이 떨어져도 싼값을 무기로 시장을 늘려 나갈 수 있었지만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싼값의 원천이었던 값싼 노동력은 벌써 옛말이 된지 오래다.
결국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남보다 나은 기술이 있어야 한다.
기술을 갖기 위해선 스스로 개발하거나 돈을 주고 사들여 오는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나라의 기술 도입에 있어서 두드러진 특징은 건수의 증가추세는 둔화되고 있는데 비해 그 대가 지불액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재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가 도입한 기술은 7백38건으로 89년(7백63건)보다 오히려 25건이 줄었다.
83년 3백62건, 86년 5백17건, 89년 7백63건 등 해마다 늘다 지난해 처음으로 줄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지불한 돈은 90년에 10억8천7백만 달러로 89년보다 16·8%나 늘어났다. <그림참조>
지난해 사들여 온 기술을 업종별로 보면 전자·전기(전체의 42·4%)가 단연 으뜸이며 기계·정유·화학 등 순 이다. 이들 3개업종이 전체의 81·7%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같이 도입건수는 크게 늘지 않았는데도 대가 지불액이 증가한 것은 80년대 중반부터 급증한 도입건수가 누적된 탓도 있지만 최근 선진국들이 기술보호주의를 강화하면서 요구하는 기술대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특히 반도체·컴퓨터분야에 있어서 선진국의 특허권 사용을 위해 큰돈을 내고 있다.
나라별로 본 기술도입 대가 지급은 90년에 미국이 5억1천4백만 달러로 전체의 47·3%를 차지, 으뜸이었다. 그 다음으로 일본(3억4천1백만 달러), 독일(5천9백만 달러), 프랑스(2천9백만 달러)순 이다.
전자·전기분야는 미국, 기계 분야는 일본중심으로 기술이 도입되고 있는데 지난해 건수·대가 면에서 두 나라의 비중이 모두 75%를 넘는 등 미-일에의 편중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우리가 파는 기술은 지난해 50건에 2천1백79만 달러 정도였다. (과학기술처 통계) 동남아 쪽에 전기·전자·화학부문의 기술을 파는 수준이다.
가능하다면 돈을 주고 기술을 사는 건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세계 제1의 기술대국을 자처하는 일본은 기술 도입액에서도 세계 제일이다.
문제는 돈을 주고도 기술을 살수 없다는데 있다.
요즘은 기술을 맞바꾸는 형태의 기술공여 계약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심지어 다른 기업의 기술을 사다 주고 그 대가로 필요한 기술을 공여 받는 일도 있다.
그래서 자체기술 개발의 중요성이 더욱 절실해지는 것이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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