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기금 삭감으로 뉴질랜드에도 시위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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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들 거센 반대… 노조와 대결도 불가피/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정부의 의지도 단호
양이 사람보다 많다는 등 본래 목가적인 국가인데다 짐 볼거정부가 97개 의회의석중 68석을 차지해 정치적으로도 안정돼있던 뉴질랜드가 최근 시위·소요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작년 10월 총선에서 집권 노동당을 격파하고 집권한 축산농출신의 볼거 총리가 만성적자의 재정과 기업 경영수지 개선을 위해 내놓은 특별 긴축법이 국민들의 맹렬한 반대를 불러온 것이다.
볼거 총리가 이끄는 국민당은 긴축법 제안과 관련,의회에서 실업수당·질병수당·편모수당·영세민인플레보진금 등을 대폭 칼질하는 군살빼기작전에 들어갔다.
아울러 5월1일부터 소위 고용계약법이 발효됨으로써 노동자의 노조 가입을 의무화해오던 노조내규가 불법화되는가 하면 전국적으로 동일한 임금체제로 운영돼오던 「중앙임금체제」도 폐지된다.
이로써 1백년의 전통을 지닌 뉴질랜드노동조합은 조합원감소로 세약화가 부득이하게 될 전망이다.
더구나 임금협상도 단위노조별로 진행하도록 규정돼있어 노조의 교섭력도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 특별법은 특히 고용주가 주40시간의 법정노동시간을 필요에 따라 연장,주말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고도 노동자에게 주말근무를 시킬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기업주의 입장을 대폭 강화시켜 놓았다.
이 법의 입안총책 루스 리처드슨 재무장관의 이름을 빌려 「루서네시아」(루스의 안락사)로 불릴 정도로 혹독한 내핍정책을 바탕으로한 만큼 국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지난주 오클랜드시에서는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루서네시아」에 반대하는 사상최대규모의 시위를 벌였다.
교사들도 일제히 하룻동안 수업을 거부,70만명의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거의 전업종에 걸쳐 노동자들의 단기파업이 잇따랐으며 곧 전면파업에 돌입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뉴질랜드 정부는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외채가 2백60억달러,실업률이 9%에 육박하고 있는데다 1인당 GNP도 1만2천달러까지 급락,OEDC(경제협력개발기구) 24개가맹국 가운데 19위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충격요법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뉴질랜드 정부의 이같은 확고한 자세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노조의 힘이 정권을 붕괴시킬만큼 막강한데다 사회복지정책에 익숙해져 있는 시민들이 급격한 상황변화에 적응할는지의 여부가 문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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