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효과 광고(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941년 7월1일 오후 1시29분 미국에서 TV방송이 세계최초로 전파를 발사했다. 지금의 CBS계열이던 뉴욕의 WCBS­TV가 본방송의 첫 프로그램으로 방영한 것은 다저스팀과 필라델피아팀의 프로야구 실황중계였다.
중계방송을 계속하다 시계가 2시59분50초가 됐을 때 아나운서가 『잠시후 불로바시계가 정각 3시를 알려드리겠습니다』고 말했다. 시보에 광고가 붙었던 것이다. 이것이 TV광고 세계 제1호 기록이다.
이로부터 15년후인 1956년 5월12일 한국에서의 TV역사가 시작됐다. HLKZ­TV가 민간상업방송으로 개국했다. 당시 보급돼 있는 수상기가 2백여대에 불과해 길거리에 세워둔 TV를 시민들이 신기하게 쳐다보던 시절이었다. 하루 겨우 2시간 방송에 광고는 20%에도 못미쳤다.
오늘날은 연간 6천억원을 상회하는 TV광고시장에서 대기중인 적체물량만도 1천5백억원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의 저술가 밴스 패커드는 『낭비를 만드는 사람들』(The waste maker)이란 저서에서 현대고도성장사회에서의 광고전략을 「계획적인 폐물화 전략」이라고 비꼬면서 기능,품질,욕망의 폐물화를 지적했다. 패커드의 빈정거림을 이용한 것이 일본광고회사 전통의 이른바 PR센터 전략10훈이라는 것이다.
즉 ①좀더 쓰게하라 ②버리게하라 ③계절을 잊게하라 ④선물하게 하라 ⑤낭비하게 하라 ⑥세트로 쓰게하라 ⑦계기를 마련해주라 ⑧유행을 연장시켜라 ⑨마음편하게 사게하라 ⑩혼란을 조장하라 등이다. 이 10훈은 소비자에게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해서 곧 폐기하긴 했으나 광고의 본성을 드러낸 공적은 사줄만한 것 같다.
방송위원회는 지난 2월 한달동안 총 1천여건의 방송광고를 심의한 결과 이중 19.2%에 대해서는 방송불가,21%는 조건부 방송가 판정을 내렸다. 방송불가의 사유는 허위·과장표현,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에 의한 건전한 정서함양과 광고의 품위손상,언어구사의 왜곡과 어린이의 품성을 해치는 표현등 순이다.
방송위의 시청자 불만조사에서도 광고에 대한 것이 가장 많고 특히 광고량과 외설적인 내용,과대선전을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커드의 주장대로 상품의 계획적인 폐품화가 광고의 본질이라 하더라도 소비자의 불만과 저항감을 사는 광고라면 그것은 이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게 아닐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