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포장 정덕환 원장|사재 털어 재활 작업장 문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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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용시설이나 보호 제도가 아니라 장애인 스스로 떳떳한 사회인으로 생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하반신이 마비된 불편한 몸으로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을 위한 재활사업에 헌신해 온 공로로 국민포장을 받은 서울 개봉1동 사회 복지 법인「에덴하우스」정덕환 원장(45)은 일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해 주는 것이 장애인 복지정책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생각에서 정씨는 83년10월 7천만원의 사재를 털어 슬레이트 건물 2백여 평 규모에 장애인 재활 공동작업장인「에덴하우스」를 열었다.
83년부터 지금까지 에덴하우스를 거쳐간 장애인은 3천여 명.
현재도 소아마비·뇌성마비·정박아 등 심신장애인 80여명이 정씨가 자비로 설치한 비닐가공 작업장에서 쓰레기 분리수거용 비닐봉지를 생산, 서울시내 11개 구청에 납품해 그 대가로 생활하고 있다.
『사고가 사람을 가리지 않는 것처럼 정상인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정씨는 72년3월 연세대 3학년 재학시절 훈련도중 중추 신경을 다치기 전까지는 촉망받는 국가대표 유도선수였다.
중3때부터 유도를 시작한 정씨는 서울 성남고 3학년 때부터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돼 사고 전까지 8년 동안 고교·대학선수권을 휩쓸었다.
화려한 선수생활에서 갑자기 손발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반송장 상태」로 전락하면서 정씨는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을 맛보았다.
『그때는 자살할 기운조차 없었습니다. 사고후 한동안의 생활은 체념,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주위의 권유로 기독교에 입문하면서 불구의 몸으로도 나 자신과 이 땅 장애인들을 위해 무언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씨는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보호나 수용관리가 아닌「노동」이라고 보고 몇년동안 식품가게를 운영해 번 돈을 투자, 83년부터 재활사업을 시작했다.
87년 말『자녀교육에 문제가 있다』『집 값이 떨어진다』는 인근 주민들의 진정으로 작업장 건물이 관할구청 철거반에 의해 세차례 나 뜯기기도 했지만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이해를 호소하는 정씨의 의지를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정씨는『이번 표창의 영광을 이 땅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돌리고 싶습니다』고 밝히고『장애자의 천국은 정상인과같이 노동의 신성함을 맛보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서울 출생인 정씨는 부인 이순덕씨(43)와 67년 결혼, 슬하에 2남을 두고 있다.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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