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타자기 발명이 여성해방 기폭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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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바꾼

가장 위대한 101가지 발명품

한스 요아힘 브라운 지음, 김현정 옮김

플래닛미디어, 324쪽, 1만2000원

시계.안경.냉장고.인터넷.전구…. 생활 속에서 너무 익숙해서일까. 원래부터 그 자리에 당연히 있었던 것들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하나 따져보면 모두 인간의 지혜가 응축된 발명품들이다. 그냥 심심해서 또는 우연찮게, 아니면 호기심 덕에 발명이 이뤄진 경우는 거의 없다. 인간이 불편을 해소하고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것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생활에 긴요한 발명품들의 기원과 원리를 소개하고, 문명발전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이를 위해 석기시대의 주먹도끼에서 현대의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101가지 발명품들을 추려내 시대 순으로 나열했다.

101이란 숫자는 100보다 많은 큰 수를 상징하지만, 기초 과정이나 초보자용이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풍부한 내용의 발명사 입문서인 셈이다.

목록만 봐도 인류 문명의 발전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초반엔 농경에 필요한 도구, 중반엔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된 기계류, 후반부엔 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 현대식 장비가 등장한다. 저자는 수많은 발명이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제각각 중대한 전환점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타자기는 지식보급과 여성해방의 기폭제, 비료는 녹색혁명의 주역, 로켓은 우주탐험의 추진력이 됐다는 것이다.

목록 선정엔 저자의 주관이 많이 들어 있다. 세계를 바꾸긴 했지만 위대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살상용 무기들은 제외됐다. 화승총이나 기관총은 '화약'편에서 잠깐 다뤄질 뿐이다. 핵폭탄도 '원자로'편에 묻혀 있다. 또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나 민주주의 정치제도 등도 빠졌다. 게다가 밤낮으로 사람들의 여흥을 돋워주는 가라오케가 위대한 발명품 목록에서 빠져 있으니, 이를 섭섭해할 독자가 분명 있을 듯하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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