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한경희생활과학 한경희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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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그는 무릎을 꿇고 걸레질하는게 가장 힘겨웠다고 말했다. 한 사장은 "남편도 걸레질만은 절대로 못 도와주겠다기에 아예 편하게 서서 대걸레질하듯 쓸 수 있는 스팀청소기를 만들어야 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스위스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직원으로 일하던 한 사장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친후 교육부(교육인적자원부 전신) 5급 공무원으로 들어갔다. 그러니까 그 걸레질이 싫어 안정적인 일자리를 박차고 나와 사업전선에 뛰어든 셈이다.

사업자금은 집 담보로 빌린 돈 1억 원으로 마련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힘들었다. 제품을 개발하는데만 3년이 걸렸다. 매출 한 푼 없이 버티기가 어려웠다. 그 때 마다 한 사장은 "제품만 나오면 사람들이 돈을 들고 줄을 서서 사줄 것이라는 희망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어렵사리 제품을 만들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생소한 중소기업 제품이어서 유통업체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이제는 시댁과 친정 집까지 담보로 맡겨 운영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2003년에 첫 제품보다 가볍고 얇은 제품을 내놨다. 기능을 단순화하고 좀더 가벼운 제품이 필요하다는 주부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이 제품이 '경영효자'가 됐다. 2004년 홈쇼핑 방송 한시간만에 1만대가 팔렸다.

한 사장은 "2004년 말 밀렸던 직원 월급을 제 날짜에 주고도 통장에 여덟 자리수의 잔고가 남은 것을 보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고 말했다. 스팀청소기의 성공비결을 묻자 그는 "여성경영인이 여성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가장 잘 꿰뚫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팀청소기의 원조는 유럽산이다. 한경희 제품이 나오기 전부터 스웨덴 일렉트로룩스나 독일 카쳐 제품이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한 사장은 "외국 제품은 카펫을 살균 소독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좌식 생활을 하는 우리 나라 상황에는 잘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스팀청소기라는 이름은 같지만 용도가 다른 제품이라는 것이다.

한경희생활과학은 가족경영을 내세운다. 사내 체육대회나 송년회 때는 가족에게도 초청장을 보낸다. 이달 초 중국과 캄보디아에서 열린 워크숍 때는 임직원 부부가 참석했다. 매년 초 우수 사원을 뽑아 '부모님 효도 해외관광'을 보내주기도 한다. 직원들은 모두 한 가족이고 효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게 한 사장의 생각이다. 한 사장은 친청어머니와 시어머니를 같이 모신다.

이 회사의 약점은 매출의 90% 이상을 스팀청소기 하나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잘 팔려서 보급률이 높아질수록 되레 매출이 줄어들 위험이 있다. 한경희생활과학이 올 들어 스팀다리미, 스팀.진공 복합청소기 등을 선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에는 로봇청소기,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로 사업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시동을 걸었다. 생활 방식이 비슷한 중국과 일본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한 사장은 "중국의 일부 매장에 내놓자 젊은 주부들이 많이 사갔다"며 "내년에는 유럽.미국 시장도 노크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경희생활과학은 최근 한국갤럽에 스팀청소기의 시장 조사를 맡겼다. 전국 6개 대도시에 사는 30.40대 기혼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절반 정도(47.6%)가 스팀청소기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회사측은 "갤럽조사에서 스팀청소기 사용자의 73%가 한경희 제품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 했다.

글= 김창우 기자<kcwsssk@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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