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쩍었던 「전화미팅」(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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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겨울방학을 앞둔 지난해 12월 중순 이모군(18·M고 3)은 자신의 가명과 전화번호를 적은 메모쪽지 10여장을 만들어 『아는 여학생에게 돌려달라』며 친구들에게 돌렸다.
중·고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속칭 「폰팅」을 신청한 것이다.
메모쪽지를 돌린지 보름후인 1월초 「춘자」라는 여학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얼굴도 진짜이름도 모른채 전화를 통해 대화를 주고받는 「폰팅」이 시작되었다.
시간을 서로 정해놓고 상대방의 취미,좋아하는 가수·탤런드,존경하는 인물등등을 묻고 음담패설까지 늘어놓는 5차례의 전화미팅이 계속됐다.
이군이 폰팅으로 「한건(?)했다」는 소식은 친구들 사이에 금방 퍼졌다.
같은달 11일,이군과 김모군(18)등 10대 7명은 「공동으로 한건을 올릴 것」을 모의,「춘자」등 여고생 3명을 만났다. 그리고 『친구병문안을 가자』며 김군의 집 3층으로 유인,술을 먹인후 차례로 성폭행했다가 쇠고랑을 찼다. 『폰팅은 저희들만 하는 것이 아니예요. 학교에서는 폰팅을 희망하는 학생들끼리 가명·전화번호를 적은 쪽지를 주고받는 일이 유행인데요…』 『서로 얼굴도 모르겠다,별부담없이 아무얘기나 할 수 있는 것이 폰팅의 장점이죠. 싫어하는 선생이나 친구를 욕하면서 시험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도 풀고,자신의 외모나 성적,집안환경에 대해 허풍도 떨고… 하지만 주고받는 대화중에는 음담패설이 제일 많아요.』
6일 오후 서울 청량리경찰서 형사계. 나란히 수갑을 찬채 담당형사앞에 불려나와 조서를 받던 이군등이 밝힌 폰팅의 장점과 재미.
전화대화에서 집단성폭행까지 이어진 폰팅의 결말은 비뚤어진 10대의 성모럴이 위험수위에 다다랐음을 느끼게 했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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