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힘없이 푼 농산물수입 빗장(지난주의 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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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제조업 여신 우선 당초의도 퇴색/뜀박질 물가 투기심리 자극 우려
국제화나 개방이란 것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전제로한 각종 정부정책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재무부가 진통끝에 내놓은 여신관리제도 개편방안이나 농림수산부가 발표한 92∼94년의 농수축산물 수입자유화 예시계획도 전제는 「개방」이다.
○복숭아에 굴비까지
○…농림수산부의 수입자유화 예시는 우리나라가 국제수지 적자를 이유로 수입제한을 할 수 있는 나라(이른바 BOP조항)에서 졸업함에 따라 97년까지 원칙적으로 다 풀기로한 농수축산물중 1단계로 풀 것을 적어낸 것이다.
여기엔 배·복숭아도 있고 돼지와 닭고기도 있으며 굴비와 북어도 있다.
언제까지 닫아걸 수 있는 빗장은 아니겠지만 이제 이런 것까지 사다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꼼짝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개방압력의 실체가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법한 대목이다.
그러나 「약속」은 약속이고 개방이란 추세는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개방에 따른 피해를 어떻게 줄이느냐는 것인데 이 문제에는 농수산업의 구조조정과 피해농어가에 대한 보상제도가 핵심과제고,정부는 여기에 훨씬 큰 신경을 써야 한다.
BOP졸업이건,UR(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협정이건 대세는 「완전개방」이고 개방을 전제로한 대외교역에 경제의 젖줄을 대고 있는 우리로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마음을 단단히 차려야 할 필요가 있다.
○쓸곳 많은데 항상 부족
○…여신관리제도는 처음 그리려던 그림과는 영 다른 것이 됐지만 역시 전제는 개방이 의미하는 경쟁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는 문제에서 출발한 것이다.
국내외에서 기업경쟁은 날로 격해지는데 지원은 못해줄망정 족쇄를 채워서야 되겠느냐는게 정책추진의 기본적인 시각이었다.
매출원가중 금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기업의 경우 5% 정도인데 비해 일본이나 대만은 2%대다. 이같은 차이는 금융자금조달의 난이도차에서 발생하는데 그런대로 경쟁력을 갖췄거나 갖출 수 있는 덩치 큰 기업이 보다 쉽고 싸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하자는게 이번 개편의 이유가 됐다.
그러나 당초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모든 업종으로 후퇴해버림으로써 정부의 「의지」는 빛이 바래고 말았다.
항상 나오는 얘기지만 돈쓸 곳은 많은데 줄 돈은 부족하다는 대전제에서는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물길을 잡아줄 필요가 있고 그 물길은 생산과 재투자의 근본이 되는 제조업에 대어져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결과적으로는 돈이 제조업에 갈 것」이라는 식의 속편한 해석을 하면서 누누이 그 시급성이 지적돼온 산업구조조정에 대한 「정책의지」를 사실상 방기해버림에 따라 여신관리제도의 모양만 우습게 바꾼 꼴이 됐다.
○3월까지 4.9% 폭등
○…인플레망령이 되살아나지 않나 걱정이다.
올들어 3월까지 소비자물가는 4.9%가 올랐다. 이는 올해 억제목표(8∼9%)의 절반 이상이 1·4분기에 이미 올라버렸음을 의미한다.
80년대 들어 상당한 대가를 치르며 잡았나 싶었던 물가가 이제 본격적으로 꿈틀댄다는 얘기다. 물가오름세는 국민모두의,특히 저소득 봉급생활자의 주머니를 갉아먹는 원흉(?)이다.
물가오름세는 「곧 더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자리잡고 「늦기전에 사두자」는 행동으로 옮겨지면 걷잡을 수 없게 마련이다.<박태욱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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