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보쌈 우렁」서울 서교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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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겨울엔 통나무로 지은 가 건물안의 따뜻한 장작난로 옆에서, 햇볕 따가운 여름엔 시골 정자 같은 그늘 많은 오동 나무 밑 평상에서 여유 있는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서울 서교동 서교호텔 맞은편 길에서 양화대교쪽으로 2백m가면 나타나는 「시골 보쌈 우렁」(338*0373)집이 바로 그곳이다. 주변 빌딩의 샐러리맨들이 아무리 많이 붐 비는 점심시간이라도 이 음식점은 이상하게도 붐 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시내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3백평 이상되는 시원한 공간의 넓이가 넉넉한데다 방과 로비 등을 짜임새 있게 구성한 본관 식당과 1O여m건너에 떨어져 있는 20평짜리 통나무 오두막 별관이 한가로운 고향집을 연상시기 때문이다.
「시골 보쌈 우렁」집이 매력적인 것은 단순한 시골집 정취 때문만은 아니다.
우선 이 집의 일품 요리격인 우렁 된장은 서울시내 어느 내노라하는 음식점도 흉내낼 수 없는 구수하고 시원한 된장 찌개맛의 진수를 보여주고 금상첨화 격으로 가격 또한 3천원이어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살림이 변변치 않아 애를 먹는 민중당 대표로서 맛과 가격과 분위기가 어우러진 「시골 보쌈우렁」집만큼 손님접대나 당의 회식공간으로 좋은 곳은 없는 것 같다.
토요일 오후 이 집을 찾을 때 주변 예식장 피로연 손님들이 옥외에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흥겹게 식사하는 장면도 괜찮고, 통나무집에서 20여명의 젊은이들이 기타치며 모임을 갖는 모습을 보는 것도 정겹다.
노총각인 주인 강동철씨 (36)의 정성스런 손님대접도 그렇거니와 충남 온양에서 직접 담은 된장을 풀어 서울 근교의 금촌 할머니들이 직접 채취한 우렁과 냉이·버섯·호박·두부 등을 숭덩숭덩 썰어 넣은 우렁 된장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예천 시골에 살 때 끊여준 향토된장과 너무나 똑같아 놀라울 정도다.
술 손님에겐 보쌈 외에도 우렁 무침(8천원)과 우렁 접시(1만5천원)를 대접하면 여느 고급호텔의 비싼 안주보다 좋은 대접을 받았다고 인사를 받게 마련이다. <이우재><민중당 상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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