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은 현재의 삶 다뤄야"|진보적 시각서 한국정치 분석 단재 학술상수상 최장집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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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사회과학은 오늘날 우리의 현재의 삶을 규정하는 중심적이고도 핵심적인 문제를 다뤄야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질서구조와 그 구조 안에서의 갈등적 사회관계, 국가의 강권적 통제 강화, 보수주의를 내화시키는 이데올로기적 통제강화, 분단현실, 그리고 민주화에 대한 열화 같은 요구 등의 문제와 직접 대면해야 합니다.』
21일 한길사가 제정한 제5회 단재 학술상을 수상한 최장집 교수(48·고려대 정치외교학과)는 비판적·실천적 사회과학의 선두에 서 있는 학자의 한사람이다.
이번 수상작은 89년 까치사가 출판한『한국 현대정치의 구조와 변화』.
이 책은 지난 30년간의 급속한 자본주의적 산업화를 배경으로 우리사회의 계층·계급구조, 그러고 정치구조가 민주화문제와 맞물려 어떻게 움직이며 변화해 왔는가를 분석하고 있다.
제도나 권력 등 정치의 상부구조만 주로 다루는 기능적 관점에서 벗어나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변화를 곁들여 하부구조와 상부구조를 역동적으로 함께 보는 시각을 제시한 이 책은 많은 진보적 젊은 학자들에게 필독서로 통할만큼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기존의 사회과학을 지배해 온 이론들은 현실 또는 상황을 이해하는 이념적 기본가정과 심부 구조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게을리 한 나머지 지배적 사회질서를 합리화하고 이를 강화 시키는데 기여한 지배의 기술학으로 그 성격을 부각시켜 왔다는 것이 최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이번 수상에 대해『학문적 업적보다 비판적 정신으로 작업해 온 데 대한 격려의 채찍질로 알겠다』고 말했다.
83년 미국 시카고 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 고려대 조교수가 된 다음해 서울대 김진균 교수 등과 함께「산업사회 연구회」를 만들어 진보적 소장 학술운동의 한 전기를 마련했다.
88년부터 2년간 이 연구회의 회장을 지낸 그는 90년엔 정치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과 소장 교수들을 중심으로「한국 정치연구회」를 결성, 회장을 맡고 있다.
진보적 노동조합인 전노협의 자문위원이며 건전 민주노조의 성장이 민주화와 사회발전의 핵심적 문제라고 강조하는 그는 자신을 급진적 자유민주주의자라고 분류한다.
고도기술 사회에 있어서의 민주주의와 민주화문제를 다룬 책을 쓰는 것이 그의 앞으로의 계획이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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