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이상기류… 친여후보 선전/기초의회선거 「황색바람」시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야 후보끼리 치열한 경합에 “어부지리”/전북은 40∼50% 기대… 교두보확보 관심
평민당의 아성인 호남지역에 심상치 않은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번 지방의회선거에서 당선가능성은 고사하고 여권후보로 나서겠다는 인물조차 구하기 힘들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상당수에 이르는 여당당적후보 또는 친여성향 후보가 의외의 선전을 하고 있을뿐 아니라 전북지역에서는 무투표당선이 확정된 13명 후보중 친여권 후보가 12명을 차지하는등 과거선거와는 매우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전이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황색바람이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고 후보로 나선 사람중 대다수가 『내가 진짜 평민당』임을 서로 주장하고 있는데도 지역주민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역대 선거에서 찾아보기 힘든 색다른 모습이다.
이번 선거가 정당공천이 배제돼 있기는 하나 여야 할것없이 모두 내막적으로 자당소속후보를 내세우고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호남지역의 이같은 변화는 확실히 새로운 흐름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어 주목되고 있다.
13대 총선이후 지리멸렬했던 민자당측은 호남에서 부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일차적으로 기초의회에서의 여권세력 확보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평민당측은 홈그라운드의 약화를 심각한 위험신호로 받아들이며 이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김대중 평민총재가 선거지원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24일 광주·전주에 내려가 당원단합대회에 참석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위기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현지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기까지에는 여러가지 요인과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지적된다.
우선 이번 시·군·구의회에 출마한 후보들의 면면은 지역주민들이 너무 잘 알고 있어 평민당이냐 민자당이냐는 정당 선호심리보다 후보 개개인의 인물됨됨이에 대한 판단과 선호가 우선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그동안 친평민성격이 뚜렷했던 공직자 사회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고 상당수 공무원들이 친여성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변화는 6월 광역의회,내년 상반기 14대 총선 및 자치단체장선거에 있어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이번 선거를 계기로 새마을지도자 협의회나 바르게 살기운동협의회등 친여권외곽단체들도 기초의회가 평민당일색으로 구성될 경우 보조금 지원문제등 나름대로의 이해 관계가 얽혀 친여권세력 결집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더군다나 평민당지지 후보들간의 후보조정작업이 제대로 안돼 평민계후보들끼리 서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도 친여권후보에게 유리한 요인이 되고 있다.
전남 여수 관문동지역의 경우 평민당측이 공무원출신 인사를 후보로 내세웠으나 지역주민들이 평민후보에게 반발,출마하지 않으려는 여권인사를 강권하다시피해 여당후보로 출마시켰고 광주 북구지역이나 전남 담양·장성 및 목포일부지역등지에서도 여권성향후보가 선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반해 광주 서갑과 광산·목포등지에서는 평민 지지 후보간 조정이 안돼 유세장에 나타났던 평민당의 정상용·조홍규·권노갑의원이 망신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으며 전북지역의 경우 평민의원끼리 지역구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남원등지는 현역 지구당위원장(조찬형의원)과 전국구의원(이형배의원)이 각각 내세운 평민 후보간의 싸움이 치열해 여당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고 있는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때문에 13대총선이나 영광­함평보선때처럼 황색돌풍이 일지 않고 현재와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전남·광주지역에서는 30%정도,전북 지역에서는 40∼50%정도 여권성향 후보가 기초의회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민자당측은 기대하고 있다.
여권은 기초의회 선거에서의 여권세력 진출은 그동안 여당 불모지였던 호남지역에서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중대한 고비이자 전환점으로 보고 내막적인 지원에 총력을 쏟고 있으며 평민당도 위기 상황으로 규정하고 대처하고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민자­평민의 막후 접전이 치열하다.<문일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