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문제는 상호 자결권이 열쇠|이스라엘리 박사(예루살렘 히브리 대)불지 기고|전후 중동문제 접근의 핵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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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걸프전쟁 전후처리를 위한 외교노력이 본격화하면서 팔레스타인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떠오르고 있다. 이스라엘의 저명한 정치학자이며 이스라엘 정부 정책브레인인 라파엘 이스라엘리 박사(예루살템 히브리대 교수)는 9일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 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실체를 인정하고 요르단 강 서안 및 요르단 영토일부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국 창설을 제안했다. 다음은 이스라엘 입장을 정리한 기고 문 요약. 【편집자 주】
『중동의 지속적 불안요인 가운데 하나인 팔레스타인 문제는 종전과 함께 가장 선결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참신하고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제시된 모든 방안들은 한결같이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면적 8천 평방km의 이 지역은 이스라엘과 요르단까지를 포괄하는 역사적 의미의 팔레스타인(12만 평방km) 의 작은 일부에 불과할 뿐이며, 현재 이 지역에 살고 있는 1백80만 팔레스타인 인은 5백20만 전체 팔레스타인인의 3분의 1에 해당할 따름이다.
팔레스타인의 동쪽지역, 즉 요르단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인들도 요르단강 서안이나 가자지구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인들과 똑같은 자결권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점은 보통 「이스라엘의 아랍인」들로 불리는 이스라엘 거주 팔레스타인 인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팔레스타인의 서쪽지역이 팔레스타인의 일부라면 그 동쪽지역도 역사적·지리적, 또 인구분포 상 당연히 팔레스타인의 일부다.
따라서 앞으로 협상이 시작될 때 팔레스타인을 이루는 모든 부분을 고려대상으로 삼지 않을 경우 결국 그 그림은 불완전한 그림이 되고 말 것이다.
이스라엘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아랍인들간의 협상은 다음의 4개 원칙에 기초를 둬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두 민족의 자결권, 민족해방운동의 상호인정, 역사적 팔레스타인 영토 전체에 대한 요구의 합법성, 주권과 국적문제에 대한 혁신적 해결 등 이 바로 그것이다.
팔레스타인 인들은 자결권을 요구하고 있고, 한 민족으로 된 한 국가건설에 대한 그들의 요구 또한 이 자결권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는 그들이 자신들의 적인 유대인들에 대해서도 똑같은 권리를 인정할 때 정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오늘날까지도 팔레스타인 헌장은 유대주의를 하나의 종교로밖에는 간주하지 않고 있다.
민족해방운동의 대표적인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는 지난 20년 동안 모든 팔레스타인 인들에 대한 대표권을 주장해 왔다. 이와 함께 PLO는 또 다른 민족해방운동인 시오니즘에 대한 평판을 떨어뜨리고, 인종주의로 매도하기 위한 범세계적 캠페인을 전개해 왔다. PLO가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되는 1988년의 알제리 선언에서조차 PLO는 시오니즘에 대한 매도를 그치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 인들은 팔레스타인 전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것을 분할했을 경우 분할된 양쪽 모두에 똑같은 자결권을 인정해야 한다.
역사적인 팔레스타인 땅의 75%에 해당하는 팔레스타인 동쪽에는 요르단왕국이 이미 자리잡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우리는 그 서쪽의 나머지 팔레스타인 땅에도 이미 이스라엘이 자리잡고 있고, 따라서 더 이상 그것을 분할할 수는 없다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라는 두 나라가 인접국으로 병존하게 될 때 국적과 주권문제는 상호성의 기반 위에서 해결돼야 한다.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할 때 팔레스타인은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전체 팔레스타인 인을 포괄하는 하나의 주권국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며 이스라엘과의 경제·안보협력을 통해 중동의 중심국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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