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와 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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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우리는 『피곤하다』든지 『무기력하다』는 말을 쉽게 하고 있다. 『왜 이렇게 피곤하지』하면서 흔히들 내과를 찾아가 『간이 나쁜 것 같아요』 『피 검사 좀 받고 싶어요』라고 하기도 한다. 피곤하면 간이 나쁘고 간이 나쁘면 피검사를 해봐야 하는 것으로만 일반적으로 알았지 정작 폐의 기능에 대해서 염려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폐에 질환이 있다든지, 폐 기능이 시원치 않으면 체력이 떨어지고 피로를 쉽게 느끼므로 폐의 이상 여부를 진찰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사람이 생활하면서 한순간이라도 호흡을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으며 활동의 원천이 잘 먹고 못 먹는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기 및 폐와의 관계가 깊다. 따라서 이를 관장하고 있는 폐기의 충실 여부가 건강의 중요한 척도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 또한 흔치 않은 것 같다.
한방에서 이야기하는 생명 활동의 원천은 곡기 (음식에서 얻어지는 기)와 호흡의 기 (신선한 공기로부터 얻어지는 기)가 서로 조화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으로 인식돼 있다. 식생활을 통해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잘 소화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즈음에 와서는 신선한 공기를 잘 받아들임으로써 건강을 유지하는 점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잘 받아들여진 곡기나 호흡의 기라도 전신의 기를 관장하는 폐의 기 (한방에서는 폐조백맥이라 표현함)가 약하다면 기의 순환을 원활히 할 수 없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없다. 이런 폐의 기에는 낮에 많이 활동하며 남성을 주로 지배하는 양기와 야간 및 여성을 주로 지배하고있는 음기의 작용이 있는데 각각의 많고. 적음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 또한 다르다.
피로는 그 느낌 중 80%가 자각에 의한 신경성 피로이며 질환으로 판명되는 경우는 실제 보다 훨씬 적다. 그러나 피로하다고 느낄 때 휴식을 취함으로써 괜찮아지면 안심이겠지만 충분한 휴식에도 불구하고 피로가 중첩해서 나타날 경우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받아야한다.
같은 증세라도 체력에 따라서 병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체력은 전신의 영양 상태에서도 영향을 받지만 폐의 기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하겠다.
따라서 실내 공기가 혼탁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주말에는 야외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또 특별한 경우는 폐를 보하는 한방 처방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다음주에는 특별한 질환이 없는데도 장기간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와 질환으로 인해 생긴 피로를 호소하러 한방 병원에 왔던 40대 중년 여성에게서 나타난 질환의 임상 예를 통해 좀더 자세히 피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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