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decisive한 사람 승산 없는 싸움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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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59.사진) 전 서울대 총장은 "나는 승산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decisive'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15일 총장 재임 시절 알고 지내던 기자들과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하면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자 이 같이 대답했다. 그는 "대선 출마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의향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가능성이 문제라는 얘기였다.

지금까지 정 전 총장은 각종 모임에서 "저는 대통령감이 못 된다" "거기(정치권) 간 사람들 다 망해서 오더라" 등의 발언을 하며 대통령 출마 가능성을 일축해 왔다. 그러나 "서울대 총장을 그만둔 뒤 무엇으로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는 말도 해 여운을 남기고 있다. 다음은 정 전 총장과의 일문일답.

-대선에 출마하는가.

"(열린우리당의)여러 캠프에서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K씨는 그의 표가 있고, C씨도 그의 표가 있다. 지금 나는 나의 표가 없다. 일부 언론은 여권 후보는 떡잎부터 자르기로 했다고 한다. 나가서 잘릴 필요가 뭐가 있나."

-나무(정 전 총장)는 가만히 있으려 하는데 바람(정치권)이 흔드는 건가, 바람이 불 만한 곳에 나무가 가지를 뻗은 것인가.

"나무가 바람을 좋아하지(웃음)."

-스승인 조순 전 경제부총리의 실패가 작용한 측면이 있나.

"(대선을 앞둔)1997년 조순 선생이 제자들을 불러놓고 본인의 대선 출마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나는 '안 된다'고 했다.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이길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었다. 얼마 전 선생께 이번 대선에 대해 여쭤봤다. 선생의 대답은 언제나 그렇지만 '신중해야지'였다. 선생은 신중한 분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decisive(결단력 있는)한 사람이다."

-고건씨와 신당을 창당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고건씨와의 창당설은 사실무근을 넘어 정말 터무니없는 소리다. 고건 캠프에 가 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전 원장 K씨가 고교.대학 동창이어서 억측이 나온 게 아닌가 생각된다."

-최근 열린우리당 인사들과 꾸준히 접촉한다는 얘기가 있다.

"'대권에 마음이 없다면서 왜 뒤로 여권 인사들을 만나고 다니느냐'고 하면 나도 할 말이 있다. (여권 중진)C씨가 서울대 총장 시절 만나겠다고 찾아와 만났고, (또 다른 여권 중진)C씨는 식당에서 근처 테이블에 앉았기에 서로 인사한 것뿐이다. 고교.대학 선배인 K씨는 지난 2년간 행사장에서 악수 한 번 외엔 본 적이 없다."

-대학 총장이 대권주자로 나선 사례가 외국에도 있나.

"내가 박사학위를 받은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우드로 윌슨 총장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훌륭한 대통령을 지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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