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 前법무 '기업 사냥꾼'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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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태정(金泰政.62) 전 법무부 장관이 코스닥 등록기업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섰다.

金전장관이 대주주 겸 대표로 있는 사이버 법률자문회사 로시콤과 자회사인 로시맨이 최근 코스닥 등록기업인 아이빌소프트 지분 5.1%(1백84만주)를 확보한 것.

아이빌소프트는 직원교육 및 학원사업 업체로, 대주주는 골드뱅크(현 코리아텐더)를 세웠던 김진호(金鎭浩.36)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비젼텔레콤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법조계와 벤처업계에서 화제를 모았던 두 인물이 M&A 시장에서 대결하게 된 것이다.

로시맨 관계자는 "최근 로시콤이 아이빌소프트 주식 0.9%, 로시맨이 4.2%를 주당 2백70원에 장내에서 매수했다"며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 아이빌소프트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이빌소프트를 인수한 뒤 이를 기반으로 다른 유망 코스닥 등록기업을 추가로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金전장관이 앞으로 전개될 M&A를 직접 지휘할 예정이며 현재 업무상 해외 출장 중에 있으나 곧 귀국해 향후 사업 계획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옷 로비 사건으로 1999년 6월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난 金전장관은 2000년 5월 사이버 법률자문회사인 로시콤을 만들었으며, 지난달 말 자회사 로시맨을 설립했다.

비젼텔레콤과 아이빌소프트 측은 "아직 金전장관 측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다"며 "그쪽에서 금융감독원에 지분취득 신고 등의 절차를 끝내면 공식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 5월 골드뱅크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김진호씨는 올초 비젼텔레콤의 지분 12.5%를 인수하면서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며, 이후 공격적인 M&A를 통해 아이빌소프트.한신코퍼레이션 등 코스닥 등록기업을 비롯해 17개 계열사를 갖고 있다.

한편 M&A 소식이 알려지면서 6일 증시에서 아이빌소프트.비젼텔레콤.한신코퍼레이션 등의 주가가 모두 상한가까지 올랐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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