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체중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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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질병의 경중을 따질때 흔히 먼저 떠오르는 것으로 체중이 줄었는지를 생각하게 되고 오랜만에 누구를 만나 야위었으면 어디 아픈 곳이 있느냐고 물어보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있다. 어떠한 원인이든 몸이 마르면 좋지않은 조짐임에는 틀림이 없으리라.
몇 개월전 29세된 여자환자가 2개월 동안 10kg의 체중감소로 진찰실에 들어왔다. 환자는 외국인으로 7개월 전에 한국에 유학와서 공부중이며 정신집중을 위해서 소량의 음식만을 먹고 있는데 최근 들어 거의 식사를 하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고 조금이라도 먹으면 상복부가 불편해지고 정신집중이 되지 않아 억지로 토해내곤 한다고 했다. 7년 전 대학입시 때와 4년 전 졸업논문 때에도 이와 똑같은 증상이 있었던 적이 있었고 이제는 어지러워서 책상에 앉아 있을 수도 없으며 잠도 설치고 생리가 없어진지도 5개월이나 되었다는 것이다.
체중감소의 원인을 찾기 위해 입원시켜 여러가지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특별한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이 환자는 새로운 환경변화에 따라 스트레스가 생긴데다 정신집중을 위해서는 위장이 비어 있어야만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음으로써 생긴 「신경성 식욕불량」이 체중감소의 원인이었다. 입원기간 중 적절한 영양보충과 여러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상담, 식사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수정한 후 체중이 증가하기 시작해 퇴원했다.
의학적으로는 최소한 몇 개월, 몇 년에 걸쳐 조금씩 줄어든 체중감소보다 8개월 이내 체중의 10% 이상이 감소되거나 한달에 갑자기 2∼3kg 이상이 줄어든 경우를 의미있는 관찰대상으로 본다.
체중감소의 원인을 찾고자할 때 무엇보다도 먼저 식욕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첫째, 식욕이 증가했는데도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는 다음·다뇨·다식하는 당뇨병과 더위를 타면 심장·손이 떨리는 갑상선 기능항진증을 생각해야 하고 둘째, 식욕의 변화는 없는데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는 다른 신체질환을 생각해야 한다. 중년이상이 되면 무엇보다 각종 암의 초기 증상일 수가 있으며 젊은 연령층에서는 여러 가지 염증성·감염성 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식사형태에 변화가 없는데도 나타나는 체중감소는 되도록 신중히 다루어야 할 부분이다.
셋째, 식욕이 없거나 먹을 수 없어서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는 가장 흔히 보는 것으로 ▲입안이 헐어서 ▲소화가 되지 않아서 ▲속이 쓰려서 ▲헛구역질이 나서 ▲입맛이 없어서 오는 경우들이다. 이는 위의 환자와 같이 심인성 또는 위장관계에 질병이 있어서 올 수 있으며 입맛이 맞지않아 전혀 식사할 수 없어서도 올 수 있고, 어떤 질병으로 약을 복용할 때 그 약의 부작용으로 식욕이 떨어져 올 수도 있다.
어떠한 원인이든 체중감소는 반갑지않은 증상이므로 되도록 앞서 말한 세가지 중 어느곳에 속하는 것인가 생각해보고 그 원인을 적절히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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