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산타를 사랑해 화장실에 가뒀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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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산타클로스를 사랑한 내 동생

조란 드르벤카 지음, 올레 쾨네케 그림

강혜경 옮김, 하늘고래, 336쪽

9800원, 초등 고학년부터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크리스마스 캐롤이 함께 하는 가운데 칠면조 요리를 앞에 두고 온 가족이 흥겹게 보내는 성탄절. 그런 전형적인 성탄절 풍경에 익숙하다면 이 동화집이 다소 당황스러울지 모른다.

모두가 잠든 성탄절날 밤, 아홉살 소년 조란이 집 나간 아빠를 찾아 가출하는 장면부터 그런 예상을 깨뜨리니까. 책은 소년이 보낸 여덟 번의 크리스마스에 얽힌 에피소드 여덟 개를 아이 특유의 천진난만한 유머와 환상을 얹어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조란의 아빠는 이혼 후 다른 여자와 산다. 엄마는 하루종일 TV를 끼고 앉아 담배 연기만 뿜어댄다. 아빠는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만 방황은 그치지 않는다. 성탄절을 앞두고 집에 들어오기 싫어 밤늦게까지 술을 퍼마시는 아빠. 조란과 여동생 수지의 마음은 어떨까. 그러나 두 아이들은 "슬프다"거나 "속상하다"는 말을 대놓고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행간에 배어나오는 상처받은 동심이 더 안타깝게 다가온다. 도라 이모와 푸들 러키, 단짝친구 카림과 아드리안과 엘리 등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과 함께 빚어내는 이들의 일상은 아이답게 상상력으로 가득 차 풍요롭다. 특히 산타클로스를 사랑하게 된 일곱살 수지가 산타클로스에게 사랑을 고백한 뒤 화장실 안에 가둬버린다는 마지막 에피소드는 한동안 미소를 머금게 한다.

"성탄절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때 꼭 읽어보기 바란다"는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의 평에 공감하게 되는 책.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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