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2년여… 발군의 로비 자랑/외유지원 자동차공협 어떤 곳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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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회원 5개사에 올 예산만 20억 규모
의원외유에 거액의 지원금을 대준 한국 자동차공업협회가 스폿라이트를 받고 있다.
회원사의 이익옹호가 협회마다의 공통된 설립목적이지만 뒷돈의 규모가 무역특계자금(2만달러) 보다 3배 이상돼 뇌물성이라는 의혹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88년 9월 간판을 내건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회원사는 현대·대우·기아·쌍용·아시아 등 5개 자동차메이커다.
그럼에도 올해 예산이 20억원에 달하고 있다.
모든 업종이 망라된 광역단체인 전경련·대한상의 등의 예산규모가 1백억원 가량씩인 점과 비교할때 풍부한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것이다.
예산의 30%는 5개사가 똑같은 액수를 내고 나머지는 매출규모 비율에 따라 배분돼 현대가 7억여원을,기아·대우가 각각 3억∼4억원을 내고 있으며 쌍용·아시아도 연 1억원 이상씩을 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17억5천만원의 예산중 임대료·인건비 등 경상비를 제외한 6억원 정도를 사업비로 썼으며,이중 1억원 가량을 대외활동과 관련된 「정보비용」으로 지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의원 외유경비도 7만2천달러중 순수한 여행경비는 5만6천달러이며,나머지(1만6천달러)는 『높은 분들을 모시는데 여비만으로 되겠느냐』는 회원사들의 의견에 따라 가욋돈으로 추가됐다는 후문이다.
자동차공업협회는 창립 2년여의 일천한 기간에도 불구하고 대 정부 로비력이 뛰어나며,만만찮은 「실적」을 올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에만 자동차세·배기가스·교통문제 등 각종 현안과 관련,10여차례의 건의서를 정부에 냈으며 자동차산업을 첨단산업에 포함시켜 기술개발지원을 받도록 했다.
그런가하면 1,2개월에 한차례씩의 각종 세미나·정책간담회를 개최,이 자리에는 반드시 상공부 등 정부관계자를 초청하는 능력을 발휘해 왔다.
협회사무국내 12개과중 2개과의 책임자가 상공부출신인 점등이 이같은 성과를 올리는데 큰 힘이 됐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해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협회 상근부회장인 임도종씨(55)의 대외 로비력은 발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공부 과장(서기관) 출신인 임부회장은 폭넓은 대인관계를 갖고 있어 「마당발」「임장군」 등의 별명으로 불릴 정도다.
지난 50년대말 고려대 학생회장을 지낸 임부회장은 같은 시기 성균관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이재근 의원과는 사석에서 말을 트고 지낼 정도로 친밀한 사이여서 이번 외유에 동행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 협회의 설립 배경과 활동목표는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김선홍 초대회장(기아자동차 회장)의 이임사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금융·세제지원 등 대정부 건의활동을 활발히 벌여왔다』는 등 지난 2년 재임중의 활약상을 자평한 것이다.
협회측은 말썽을 빚고있는 이번 외유에 대해 『대미 수출의 어려움과 실상을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 외유는 협회가 최고의결기관인 이사회 결의를 거쳐 자발적으로 돈을 내놓으며 권했던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당초 「시찰단」규모도 6∼8명선으로 계획했으나 희망자가 적어 부부동반 형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편 재계에서는 자동차업계가 지난 81∼87년 산업합리화정책에 따라 특정업체에만 생산권을 지정하는 등 다른 어느 업종보다 정부의 입김이 거셌던 점 때문에 대 정부·대 정치권 로비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껴 설립 이후 활동 역시 이 방면이 특히 강조됐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민병관·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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